어촌마을은 서울 가서 망한 사람들이 오는 곳이 아니라 배울 수 있는 학교가,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있어야 한다. 지역의 초·중·고등학교가 폐교되는 것뿐만 아니라 지역의 대학들도 하나 둘씩 문을 닫고 있다. 이에 정부도 지방대학을 재정지원하고 있는데, 218개 지방대학에 2조6322억 원(학자금, 국공립 경상비 지원 제외) 정도 이다. 수도권 116개 대학에는 2조6058억 원을 지원한다. 지방대학 수는 102개가 더 많은데 예산은 비슷한 수준이다. 학생 수도 수도권이 106만9341명, 지방이 160만8517명으로 54만 명이 더 많다.
교육부는 지난 8월 ‘대학 기본역량 진단 가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일반 재정지원 대학에서 배제된 대학과 지역사회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교육부가 발표한 진단 대상 학교 285개교 중 52개 학교(일반대 25개, 전문대 27개)가 일반 재정지원 대학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재정지원이 제외된 대학은 단순히 재정적 지원 문제를 넘어 대학 이미지 실추와 지역 우수 인재의 이탈이 촉발된다. 하지만 정부는 더 이상 지방대학에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여기고 있기 때문에 수용 가능성이 적다.
이렇듯 지방대학의 위기는 가속화되고 있다. 수도권 일반대 입학인원은 증가 추세인 반면 올해 처음으로 지방대학 평균경쟁률은 2.7대 1로 하락 추세이다. 3대 1 이하면 사실상 미달 사태이다. 2019년 경주대, 한려대, 제주국제대, 한국국제대 등 지방대학들은 정원 내 모집인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이미 폐교되었거나 2019학년도 학자금 대출이 제한된 대학은 총 32개교이며 학령인구 감소 추세를 고려할 때 폐교 위기 대학 등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폐교에 따른 방치된 ‘빈 대학’은 자칫 우범지대가 되어 인근 지역의 상권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고, 학생·교직원 이탈에 따른 구매력 감소는 지역경제의 침체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학생들에게 지역대학 비진학 이유를 물어보면 열악한 취업환경과 낮은 취업률, 지역대학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부정적 인식 등을 꼽는다. 10년 전만 해도 그나마 4년제 지방대학에 가기 위해서 서울의 중하위권 학생들이 지원했지만 요즘 들어서는 재수를 하더라도 수도권 대학을 선호하고 있다. 지방대학 출신 낙인이 취업난에서 더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블라인드 전형을 한다고 하지만 스펙에 대해서 사실상 블라인드는 없다.
지방대학 구조개혁도 필요하지만 현재의 정부 대학평가 정책은 대학 서열 체제를 공고화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이 지방대의 몰락을 가속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서는 안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불균형 현상을 일으키는 가장 핵심적인 문제가 청년 인구의 수도권 집중이기 때문이다. 특히 30대 이하 청년 인구의 수도권 순유입이 심각하다. 작년 기준으로 20대에서 8만1442명이, 30대는 1만1988명이 수도권으로 이동했다. 청년 세대의 수도권 이동은 이들이 수도권 대학으로 몰려가기 때문이다. 지방대학의 위기가 수도권 집중을 심화시키고 있다.
지방대가 살아야 비수도권이 살고, 비수도권이 살아야 대한민국의 균형발전이 가능하다. 현재 대한민국 발전 방향은 지역균형발전이다. 전국이 ‘5개의 서울’ 체제로 전환되어야 하며 그 중심에서 지방대학들이 경쟁력을 갖고 지역의 균형점 역할과 기능을 해야 한다. 정부는 단순 정량적 평가 지표에서 벗어나 사회인적자원 형성,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균형발전 등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으로 지방대학 육성 지원체계를 재검토해야 한다. 지자체도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으로의 인재 유출에 맞서 지방대학 지원 컨트롤 타워 구축, 지역 혁신 인재 양성 등 지방대학 위기 극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지방대학생들이 드라마에서처럼 이 사회의 조연으로 등장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