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제13대 대통령을 지낸 노태우 전 대통령이 26일 숨졌다. 향년 89세.
노 전 대통령의 평가는 극명하게 갈린다. 직접선거로 당선된 첫 대통령이었으나 동시에 군부 쿠데타의 주역이라 낙인도 꼬리표처럼 달고 다녔다. 이로 인해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간절히 원했던 국립묘지 안장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정부 관계자는 “법률상 전·현직 대통령은 원칙적으로 국립현충원 안장 자격이 있지만 현행 ‘국립묘지의설치및운영에관한법률’에 따라 실형이 확정됐을 경우 사면이 된 후에도 죄가 남아 안장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간 국가보훈처는 ‘헌정질서파괴범은 사면·복권된 경우에도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없다’고 꾸준히 밝혀왔다. 형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된 사람이 사면·복권되었더라도 기왕의 전과사실이 실효되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1996년 대법원에서 군사반란 등 죄명으로 무기징역과 17년형이 확정됐다. 1997년 12월21일 사면·복권됐지만, 2006년에는 다른 12·12 쿠데타 주역들과 함께 서훈도 취소됐다.
그러나 완전히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전직 대통령 장지와 장례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국가 또는 사회에 현저한 공훈을 남겨 국민의 추앙을 받는 사람이 서거한 경우 국민통합을 위해 장례를 집행하도록 한 국가장법에 따라 국가장 장례위원회와 안장대상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 여론에 따라 안장이 가능해 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에 노 전 대통령의 가족은 노 전 대통령이 사망하기 전 광주와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하며 사죄의 뜻을 꾸준히 밝혀왔다. 노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씨는 2019년 8월과 지난해 5월, 올해 4월에 각각 광주와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았다. 또 지난 5월25일 광주 동구에 위치한 한 소극장을 찾아 5·18 연극 ‘애꾸눈 광대-어느 봄날의 약속’을 관람키도 했다.
노재헌씨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일어나지 말아야 될 5·18과 관련해 항상 마음의 큰 짐을 가지고 계셨다”며 “특히 병상에 누운 뒤부터는,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는 상황이 오면서 참배를 하고 사죄의 행동을 옮겨야겠다는 생각이 항상 있었고 저한테도 고스란히 마음의 짐이 됐다”고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