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억1639만 원. 서울 어느 고가 아파트값 같은 이 숫자, 지난달 나온 서울 아파트 평균값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6억708만 원 수준이었던 서울 평균 아파트값이 4년5개월 만에 6억 931만 원으로 두 배 넘게 뛰어올랐다.
상승세는 시간이 갈수록 고삐 풀린 듯 가팔랐다. 평균값이 6억→7억 원대가 되기까지 10개월이 걸린 반면 11억→12억 원대로 오르는 데 불과 반 년이 걸렸다. 집값을 되돌려 놓으라는 아우성이 곳곳에서 나오지만 현 정부 임기 마지막까지 온갖 잔불을 모아 화력을 끌어모아도 불가능한 과제다.
부익부 빈익빈은 더 심각하다. 같은 기간 전국 5분위(상위 20%) 아파트 평균 가격 상승액은 5억4529만 원인데, 그 사이 1분위(하위 20%) 아파트 평균값은 995만 원 올랐다. 5분위와 1분위 아파트의 평균값 차이는 2017년 5월 4억4000만 원 수준이었지만 지난달엔 9억7000만 원 수준으로 벌어졌다. 좋은 집을 가진 사람은 부를 더 축적했고, 벼락거지로 대변되는 무주택자나 갈아타기에 실패한 유주택자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집값에 망연자실하며 발을 구른다.
집값이 납득하기 어려울 만큼 폭등한 데는 틈새시장을 노리는, 매의 눈을 가진 '꾼'들의 영향도 있을 거다. 그러나 이는 까메오에 불과하지 않을까. 12억 원이라는 숫자가 만들어지기까지 주연 역할을 한 건 시장을 누를 수 있다는 그들의 오만과 일반적인 다주택자는 투기꾼이라는 편견, 현실과 동떨어진 통계, 갈팡질팡했던 부동산 정책들이었다. 하나 더 꼽자면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국정감사에서 말한 “뒤틀린 수순"도 괄목할만한 역할을 해냈다.
서울 아파트값 오름세는 최근 아주 조금 더뎌졌지만 시장에선 이를 집값 하락의 신호탄으로 보진 않는다. 집값 급등으로 인한 마태효과(부익부 빈익빈)도 더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정부의 대출 규제가 구매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의 돈 줄은 더 죄고 있지만 구매력이 있는 수요자들은 규제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문 대통령은 전날 마지막 시정연설 마이크 앞에 섰다. 35분 간의 자찬(自讚) 속 부동산에 대한 언급은 "여전히 최고의 민생 문제이면서 개혁 과제" 단 7초간의 문장뿐이었다.
그럼에도 공은 여전히 정부가 안고 있다. 집값을 되돌려 놓을 수 없다 해도 때려잡는 게 능사가 아닌 대책, 시장의 기능을 인정하는 정책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