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일곱번 째 문재인게임을 시작합니다”

입력 2021-10-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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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이 한창 화제였던 9월말 쯤, 난데없이 ‘문재인게임’이라는 패러디가 등장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제법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영상물이 인기를 끌면서 후속편이라고도 할 수 있는 몇 가지 다른 버전도 등장했는데, 혹시 못 보신 분들을 위해 내용을 소개하자면 이렇다.

첫 번째 게임은 영업시간 제한이다. 영업시간 제한을 어기고 몰래 가게 문을 연 자영업자들이 먼저 총살을 당하고, 정부 방침을 따른 자영업자들도 하나 둘씩 죽어나간다. 두 번째 게임은 집값 올리기다. 정부 말을 믿고 집을 팔았거나 무주택자로 버티던 사람은 벼락거지가 돼 탈락한다. 세 번째 게임은 갈라치기다. 남성과 여성은 서로 상대방을 ‘페미’와 ‘한남충’이라 저주하고 죽여야 살아남는다. 네 번째 게임은 부의세습이다. 부자부모나 힘 있는 부모가 없으면 탈락이다. 월급으로만 생활하는 사람도 함께 탈락이다.

요즘말로 웃프기만한 문재인게임은 극중 대사들도 패러디했다. 원작에서 참가자들에게 삶은 달걀 한 개와 사이다 한병을 나눠주는 장면을 재난지원금에 비유했다.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한 참가자가 ‘나는 왜 지원금을 주지 않느냐’고 묻자 진행자는 “상위 12%에 해당하기 때문”이라고 냉정하게 답한다. 당황한 참가자가 “그럼 나는 어떻게 살라는 거냐”고 따지자 진행자는 “대신 자부심을 드리겠다”고 말한다. 죽어가던 참가자들이 “우리가 문재인 대통령을 뽑은게 죽을 죄는 아니지 않느냐”라고 호소하자 진행자는 “여러분 스스로 선택한 대통령이다. 악으로 깡으로 버티라”고 일갈한다.

참다못한 참가자들이 단체로 항의하며 “이대론 못살겠다. 다들 들고 일어나 시위합시다”라고 뭉치기 시작하자 진행자는 “시위도 금지되어 있다. 다들 해산하라”며 강제진압에 나선다. 그러다 민주노총 소속 참가자에는 시위를 허락하는 장면도 등장한다.

아류작들도 있다. 세금폭탄을 버티지 못하는 다주택자와 투명지갑인 월급쟁이는 탈락하는 증세게임, 치솟는 물가를 버티지 못하는 서민은 탈락하는 물가인상 게임 등이 새로 등장했다.

후속작도 거론된다. 깐부였던 집 주인과 세입자가 서로 입주하기 위해 싸우는 사이로 변하는 임대차 게임, 눈치껏 줄서서 대출을 받지 못하면 길에 나앉는 이사게임, 멀쩡한 숲을 밀어버리고 태양광을 설치하지 않으면 질식하는 탄소중립게임 등이다.

패러디물들은 공통적으로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5년여간 시행된 각종 정책이 가난한자와 부자, 직장인과 자영업자,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두를 힘들게 만들었고, 평범하던 일상을 잔인한 오징어게임으로 전락시켰다는 풍자를 담고 있다.

물론 편향된 시각이 가득한 선동에 불과할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와는 정치적 지향점을 달리하는 사람들의 억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재인게임을 보며 피식 헛웃음이 새어나는 이유는 어느 정도 현실성과 설득력을 확보했기 때문일테다.

창작자는 ‘문재인게임’을 만든 이유를 “그렇게 외치던 소통은 없어지고, 청렴을 내세우던 정치인이 가장 큰 범죄를 저지르고, 서민을 위한다던 각종 정책은 양극화만 낳았던 4년을 보내며 자연스럽게 저도 ‘그놈이 그놈’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혹시 문재인게임을 보고 웃음 대신 ‘감히 우리 문 대통령을...’이라는 생각에 화가 난다면 ‘개그는 개그일 뿐’ 이라는 교훈을 기억했으면 한다. 풍자 코미디를 다큐멘터리로 받아들이고 정색하던 사람들의 최후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지 않은가.

아! 문재인게임이 너무 무서웠거나 반대로 화가 나서 못참으시겠다면 행여 ‘문크예거’라는 단어를 접하게 되더라도 관심을 끄시기를 권한다. 문크예거는 인기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의 등장인물 ‘지크예거’에 문 대통령을 빗댄 이름이다. 지크예거는 거인들에게 고통받는 자기 민족을 구원하겠다는 원대한 꿈을 품었지만, 잘못된 믿음을 가진 탓에 오히려 악행을 일삼으며 동족을 지옥으로 밀어넣는다. 좀 더 구체적인 힌트를 드리자면 ‘문크예거’는 극우성향으로 평가받는 ‘일베’에서 만들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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