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관련 소식이 전해질수록 오징어게임의 진짜 최종 승자는 넷플릭스임이 자명해지는 분위기다.
공개 26일 만인 지난 13일 전 세계 1억 1100만 가구 이상이 시청한 것으로 집계돼 넷플릭스 시리즈 사상 최단기간 최다 시청자 기록을 갈아치웠다. 블룸버그통신은 넷플릭스 내부 보고서를 입수해 오징어게임의 가치가 약 1조원으로 평가된다고 보도했다. 오징어게임의 제작비가 회당 28억원꼴(총 253억원)이었다고 하니 투자금의 40배를 뽑아내는 대박을 쳤다. 넷플릭스의 다른 인기작들이 회당 100억원에서 최대 200억원까지 든 것과 비교하면 ‘가성비’로도 글로벌 최고 수준이다.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 티셔츠, 녹색 체육복 등 MD상품 판매 권리까지 갖고 있어 수익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넷플릭스의 어마어마한 흥행 수익이 알려질수록 오징어게임을 제작한 국내 제작사의 수익은 초라해진다. 본래 콘텐츠를 만들면 투자자와 제작사가 인센티브를 나눠갖는게 일반적이었지만 넷플릭스 같은 거대 플랫폼이 저작권을 독점하면서 이런 관행이 깨지고 있다. 국내 제작사는 사전 제작비만 받았을뿐 흥행 후에도 인센티브를 전혀 받지 못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넷플릭스의 하청업체에 그치는 불공정 수익 배분 계약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넷플릭스의 수익 독식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자본력이 부족한 국내 제작사들로서는 제작비 부담이나 흥행 실패 위험 없이 작품을 만들 수 있는 만큼 넷플릭스가 작품에 대한 권리를 100% 다 가져가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K콘텐츠가 우리 경제의 미래 먹거리라는 점을 감안할 때 ‘원천 저작권’을 확보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과 노력이 절실하다.
BTS나 ‘기생충’, 오징어게임 등의 콘텐츠는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툭 떨어진 게 아니다. 영국 더타임스도 “한류! 한국 문화가 세계를 어떻게 정복했나”라는 기사에서 “우리는 이제 모두 K팬이다. 그러나 오징어게임 인기가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다. 이는 정부가 야심차게 수십년간 기획해 나온 산물”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1990년대부터 정부가 문화 산업 육성과 수출 계획을 세우고 관련 기업들이 실패와 성공을 거듭한 시간이 축적된 결과다. 그 덕분에 2000년대 들어 대중문화 주요 수출국으로 자리잡았고 소셜 미디어와 유튜브에 힘입어 더 빠르게 전세계로 확산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난해 한국의 콘텐츠 수출액은 108억 달러(약 13조원)로 반도체 수출액의 10%에 그치지만, 하나의 이야기로 만화, 영화, 드라마 등은 물론 화장품, 의류, 식품, 생활용품, 테마파크까지 확장성과 시너지효과가 크다. 콘텐츠 산업이 ‘원소스 멀티유즈’라는 특성을 갖고 있는 만큼 국내 자본이 콘텐츠 제작에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
국회 문화체육위원회 간사 김승수 의원(국민의힘)은 “유럽연합(EU)의 경우 온라인동영상 서비스(OTT) 사업자에게 전체 서비스 중 30%는 유럽 저작물을 의무적으로 이용하도록 하고, 프랑스의 경우 OTT 사업자의 연 매출 중 20~25%를 자국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도록 하고 있다”며 해외 OTT사가 국내 콘텐츠산업과 상생하며 발전할 수 있도록 정부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다시 불거지고 있는 외국 OTT 기업들의 ‘공짜 망’ 사용료 문제도 정부의 적극적인 해결 의지가 필요하다. 국내 OTT 기업들은 동영상 서비스에 대한 망 사용료를 내는데 비해 넷플릭스는 내고 있지 않아 역차별 논란이 나오고 있다.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는 내라며 SK브로드밴드가 제기한 소송에서 1심 패소했음에도 항소하며 버티고 있어 SK브로드밴드는 반소를 제기한 상태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국내에서 4100억원대 매출을 올리고도 3200억원을 넷플릭스 본사에 수수료 명목으로 지급하고 한국에는 법인세 21억여원(0.5%)만 냈다. 국세청이 뒤늦게 세무조사를 벌여 세금 800억원을 추징했지만 넷플릭스 측은 불복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11월 국내 서비스 시작을 앞둔 디즈니까지 시장에 가세할 예정이어서 망 사용료 문제는 더이상 해결을 미뤄선 안될 사안이다.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이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 바로 이 시점에 더 큰 열매를 맺고 단단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정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