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주먹구구식 전세대출 규제 정책에 전세 난민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백기를 들면서 중단됐던 시중은행의 전세대출이 재개돼 전세 수요자들의 숨통은 트였지만 울며 겨자먹기로 서둘러 반전세 계약에 나선 세입자들의 불만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지난주 가계대출 총량 규제 한도에서 전세대출을 한시적으로 제외한다고 밝혔다. 대출 규제 강화로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되는 유동성을 차단할 방침이었지만, 전세 수요자들의 극심한 반발과 악화하는 여론에 당국이 한 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민층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이 규제 완화로 방향을 튼 데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꽉 막힌 대출에 속이 타던 세입자들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현장에선 전세 대출이 강화될 것으로 믿고 서둘러 계약에 나섰던 세입자들의 계약 조정 문의가 적지 않다. 서울 마포구 A공인 측은 "전세 자금이 부족해 반전세나 월세로 계약을 한 사례가 많고, 이에 대한 계약 조정을 묻는 경우가 있지만 쉽지 않다"며 "고정적인 월세를 선호하는 집주인들이 일반 전세로 계약 내용을 바꾸는 것은 세입자가 사전에 양해를 구했거나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일대 B공인 측도 "최근 이 일대에서 월세나 반전세 계약이 있었지만 이들 중 일부는 전세자금대출이 가능했다면 전셋집을 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오락가락 정책 번복에 애꿎은 시장만 들쑤셔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난이 빗발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실수요자 입장에선 급한 불은 일단 껐지만, 그 사이에 전세에서 월세나 반전세로 방향을 바꾼 피해자가 적지 않았을 것"이라며 "원칙없는 정책 운영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면서 정부 정책의 신뢰도를 또 다시 떨어뜨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금융당국이 전세대출을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서 제외하면서 집값을 다시 자극하는 불씨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