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실업과 인플레이션이 동시 발생했던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가고 있지 않다” (연준 리처드 클래리다 부의장)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성장률 자체가 잠재성장률보다 높은 수준임을 감안하면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최근 불거진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불황 중에도 물가는 계속 오르는 현상) 우려가 계속되자 한미 정부 관계자는 아니라고 일축했다.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의 악몽은 재현되지 않을까.
◇인플레 ‘상승’ 경기둔화 ‘아니’ = 세계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글로벌 에너지 공급 우려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부산 텍사스유(WTI)가 배럴당 $80을 웃돌며 201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천연가스도 가격도 급등 중이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구인난도 심각한 상황이다. 미국 기업들의 노동 수요는 회복되고 있지만, 근로자들의 노동시장 복귀가 지연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9월 미국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61.6%로 팬데믹 이전(2020년 1월 기준 63.4%)에 비해 꽤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고용시장에서의 수급 불균형으로 임금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9월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년 대비 4.6%, 전월 대비 0.6%를 기록했다. 인건비 상승은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는 결국 재화와 서비스 가격을 올리며 당분간 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공급망 차질로 경제 회복이 지연되고 있지만,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
1970년대 석유파동 때,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3% 내외에서 12%대까지 상승했다. 경제성장률은 평균 -1.4%로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이달 IMF는 ‘10월 경제전망’에서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5.9%로 내렸는데, 하향 조정 폭은 -0.1%p에 불과했다. 9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5.4%로 시장 예상을 뛰어넘었지만, 1970년대와 비교했을 때보다는 낮은 상황이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수요보다는 다방면에 걸친 공급망 차질로 인해 경제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것”이라며 “수요가 뒷받침해준다면 글로벌 경제의 추세적 회복 흐름은 유효하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기업실적 ‘불확실’ 유의 = 연준의 연내 테이퍼링이 확실시되고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이 잇따르면서 기업실적이 불확실해졌다는 점은 분명하다.
공급망 병목 현상, 원자재 가격 상승, 임금 상승 등 기업 비용이 증가하는 요인들이 많아지면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델타항공(DAL)은 3분기 호실적 발표 이후 4분기에는 연료비가 3분기 대비 16~24% 증가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6%에 가까운 급락을 보였다.
아울러 금융주를 필두로 이번 3분기부터 이익증가율 둔화세가 보이고 있다. 지난해 2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호실적을 보였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
이에 김석환 미래에셋증권연구원은 “3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중요하지만 주요 이슈에 대한 기업들의 대응 능력이나 그에 따른 향후 실적 전망치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