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의 국내주식 보유를 늘려 개미들의 눈물을 닦아주십시오.”
지난 2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올라온 글이다. “작년 하반기 주식 투자를 시작한 50대 주린이(주식+어린이 합성어)”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주식 입문 이후 가장 힘든 것 중 하나가 (순매도를 지속하는) 연기금의 매매 행태”라고 썼다.
일곱 달이 흘렀지만, 증시의 ‘큰손’이자 ‘수급 버팀목’인 연기금이 매물을 쏟아내고 있다. 연기금이 작년부터 기계적으로 매도세를 이어온 것은 자산 배분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다.
때문에 연기금이 증시 버팀목 역할은커녕 되레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연기금의 역할에 대한 증권가 전망이 마냥 어둡지만은 않다. 연기금이 증시 반등을 꾀할 수 있는 방아쇠(trigger)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KB증권에 따르면 상반기까지 계속되던 연기금의 매도세는 7월부터 해소됐다. 연기금은 국내 증시 목표 비중을 19.8%로 두고 있는데, 올해 7월 연기금의 국내주식 비중이 19.5%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목표 비중과 불과 0.3%밖에 차이나지 않는 상황에서 연기금이 기계적으로 매도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다만 외국인이 미국의 조기 테이퍼링(자산매입축소) 움직임에 따라 한국 주식을 대거 팔고 있어 연기금의 매도세가 증시 방향성을 이끌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가 1% 넘게 급락하기 시작한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8일까지 8거래일간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2조844억 원어치(유가증권시장 1조9758억 원·코스닥시장 1087억 원)를 순매도했다.
이런 상황에서 연기금은 지난달 30일부터 ‘팔자’를 유지하고 있지만, 국내 대형주를 사들이면서 주가 상승 폭을 키우고 있다. 지난 7일 기준 연기금은 국내 대형주를 사들였다. 카카오(301억5766만 원), 현대차(132억8685만 원), 기아(109억1907만 원)을 차례로 매수했다.
연기금이 사들인 종목은 일제히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 7일 기준 카카오는 전 거래일보다 5.75% 오른 11만9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현대차도 3.61% 상승한 20만1000원, 기아도 6.83% 껑충 뛰어오른 7만9800원을 기록했다.
때문에 연기금의 매도세가 정점을 통화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매수할 것인지 여부는 연기금 내부 사정에 따라 다르겠으나, 기계적으로 매도를 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며 “연기금 매수 흐름이 지속된다면 수급도 ‘우려의 정점’을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