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3억 달러 규모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역대 최저 가산금리로 발행했다. 세계 경제 불안에도 우리 경제에 대한 견고한 신뢰를 재확인했다는 평가다.
기획재정부는 7일 "약 13억 달러(5억 달러+7억 유로) 규모의 외평채를 성공적으로 발행했다"고 밝혔다. 외평채는 외국환평형기금이 외화조달 목적으로 발행하는 채권으로, 발행자금은 외환보유액으로 운용한다.
기재부는 "외평채 가산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을 경신했다"며 "최근 지표금리 상승에도 가산금리 축소로 발행금리(지표금리+가산금리)도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달러화 외평채는 기존 최저 50bp(작년)에서 25bp로 낮아졌고, 유로화 외평채는 35bp(작년)에서 13bp로 가산금리가 축소됐다. 달러화 외평채 가산금리는 현재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유사 잔존만기 외평채의 유통 가산금리보다 낮은 수준이다.
특히 유로화 표시 외평채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 연속 마이너스 금리 발행에 성공했다. 정부는 액면가인 7억 유로보다 많은 7억190만 유로를 수취하고 이자 지급 없이 만기에 액면가만 상환할 수 있다.
이번 외평채 발행은 해외 투자자가 큰 관심을 보였다는 전언이다.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한국에서 비대면 콘퍼런스 콜 형태로 열린 투자 설명회에는 50여 곳의 해외 투자사가 참여했다.
윤태식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은 이 기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 이사회 참석을 계기로 프랑스 파리에서 유럽 주요 자산 운용사를 직접 만나 설명하는 자리를 만들기도 했다. 최종 유효주문은 달러채권이 발행액의 4배, 유로채권은 6배였다.
기재부는 이번 외평채 발행으로 한국 경제에 대한 해외 투자자의 견고한 신뢰를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세계적인 인플레 우려, 주요국 통화정책 기조 전환, 신흥국 부채 리스크 등 국제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된 상황임에도 역대 최저 가산금리를 달성했다는 점에서다.
우리나라의 해외 자금 조달 비용도 당분간 감축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외평채 금리가 민간이 발행하는 외화 채권의 준거 금리 역할을 해서다.
특히 이번 유로화 외평채의 경우 발행 자금을 신재생 에너지 발전 등 친환경 사업에 투자하는 '녹색 채권'(Green Bond)이다. 녹색 채권은 발행자금이 신재생 에너지 등 녹색프로젝트에 투자되는 채권이다.
유로화 표시 외평채는 아시아 정부 최초의 유로화 녹색 채권으로 발행됐다. 유로화 녹색 채권 외평채는 영국 정부의 적극적 요청에 따라 우리나라 국채로는 처음으로 런던증권거래소(LSE)에 상장될 예정이다. 그동안 유로화 외평채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에 상장돼왔다. 녹색 채권 발행을 통해 국내 기관이 해외 조달 통화를 다변화하고 ESG 시장 활용을 확대할 수 있는 선행 사례를 제공했다는 것이 기재부의 평가다.
기재부는 "이번 발행은 외화 보유액을 확충해 위기 방지 역량을 강화하고 국제금융협력 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외평채의 성공적 발행을 통해 최근 미국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가능성, 중국 헝다 사태 등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도 우리 경제에 대한 해외투자자의 신뢰를 재확인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팬데믹 위기 속에서도 차별화된 성과를 보여온 한국경제에 대한 국제금융시장의 객관적 평가가 반영된 결과이자 국제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으로서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