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과 페이스북이 서비스하는 인스타그램, 왓츠앱 등 주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들이 5일 전 세계적인 접속 장애를 일으켰다. 답답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온 가운데 의외로 다른 활동으로 시간을 보내는 등 잠시간 ‘SNS 디톡스’를 체험했다는 소셜미디어 사용자들도 있었다.
생활을 지배(?)해왔던 sns에서 해방돼 긍정적인 경험을 했다는 반응이 다수 등장한 것이다. SNS의 폐해를 주장해왔던 이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이에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 대한 비판 여론도 더 힘을 받게 될 수 있다.
4일(현지시각) 뉴욕포스트는 페이스북이 다운된 약 6시간 동안 사용자들은 책을 읽고, 친구들과 연락을 주고받고, 미뤄둔 집안일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한 페이스북 이용자는 트위터를 통해 “이번 기회에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영원히 다운됐다고 생각하자”며 “이는 내 책장에서 읽히기를 기다리는 책들이 좋아할 소식”이라고 썼다.
가족과 시간을 보내게 된 사연도 주목받았다. 또 다른 이용자는 “오죽하면 내 딸이 내 일정을 물어보더라”며 “인스타그램이 조금 더 자주 다운될 필요가 있다”는 농담 섞인 트윗을 게시했다.
다른 이용자는 “인스타그램 접속 장애를 통해 평소 인스타그램에 얼마나 많이 접속하고 있는지 알게됐다”고 전했다.
페이스북 다운으로 적지 않은 이용자들이 SNS 없는 생활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그간 제기됐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대한 비판 여론이 더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페이스북은 정치권과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전 페이스북 수석 프로덕트 매니저 프랜시스 호건의 내부고발 때문이다. 해당 문건에는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 등 자사 SNS가 청소년 정신 건강에 해로운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것을 인지했음에도 수익성을 위해 방치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는 ‘페이스북 파일’이라는 기획 기사로 이를 대서특필하며 페이스북에 대한 상원 청문회를 이끌어 냈다.
WSJ의 9월 보도에 따르면 페이스북 내 연구원들은 “인스타그램이 10대의 불안과 우울을 야기한다”며 “영국과 미국의 10대 이용자 각 13%와 6%가 인스타그램으로 인해 자살 충동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를 사 측에 제출했다고 한다.
페이스북 측은 이 같은 연구를 무시했다는 것이 호건의 주장이다.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는 올해 3월 청문회에서 아동과 정신건강에 대한 질문을 받고 “우리가 받아본 연구는 SNS를 통해 다른 이들과 소통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답변한 바 있다. 아담 모세리 인스타그램 CEO 역시 지난 5월 인터뷰에서 “인스타그램이 10대에게 끼치는 영향은 매우 작다”고 주장했다.
호건의 폭로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거센 비판을 받았다. 여론이 악화하자 아동용 인스타그램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페이스북 접속 장애 사고까지 더해지자 이참에 디지털 디톡스로 SNS를 끊거나 줄이자’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허프포스트 영국판은 ‘디지털 디톡스를 유지하는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SNS 사용을 자제하는 팁을 알렸다. 인디펜던트는 디지털 디톡스가 불안감을 줄이고 사회적 관계를 돌아보게 하는 등 심리적 효과와 이점을 소개했다.
SNS상에서도 이를 호의적으로 받아들이는 반응이 다수 나타났다. 한 사용자는 트위터를 통해 “SNS를 자주 사용하는 편인데, 접속 장애가 발생하자 '자유를 얻은 도비'가 된 느낌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한, 거리에서 “SNS 접속 장애 더 많이 일어나게 해주쇼”라는 글귀를 들고 있는 남성의 사진이 트위터상에서 인기를 얻으며 SNS를 끊거나 줄이길 원하는 여론을 대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