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아바타 옷 팔아 월 1500만 원 벌어요” 제페토 크리에이터 렌지의 일상

입력 2021-10-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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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가 연 메타버스 포털

네이버제트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크리에이터 렌지의 일상은 이제 막 사회에 뛰어든 또래 직장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침 식사 후 출근해 오전 업무를 한 뒤, 점심 식사 후 다시 일하고 퇴근한다. 밀린 업무가 많으면 야근을 한다. 하루 꼬박 8시간 일하는 일상. 그는 이러한 자신의 일상을 두고 “그냥 일반 직장인과 똑같다”고 말했다.

쳇바퀴 같은 일상은 비슷할지 몰라도 사실 그의 직업은 남다르다. 렌지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아바타를 꾸미는 옷을 만들어 파는 1세대 ‘제페토 크리에이터’다. 월 순수익만 1500만 원에 달한다. 최근에는 다른 크리에이터와 함께 옷을 제작하는 ‘매니지먼트 O’를 이끌고 있다. 렌지가 옷의 3D탬플릿을 공유하고 다른 크리에이터들이 2D 텍스처를 입혀서 판매하는 방식이다. 9월 현재 렌지와 함께 하는 크리에이터만 15명이며, 월 순수익은 1억 원에 이른다.

이런 메타버스 세계의 거물을 이투데이가 지난 달 17일 영상으로 만나봤다.

렌지가 제페토 크리에이터 활동을 시작한 건 지난해 4월부터다. 제페토에서 사용자가 직접 아이템을 제작해 판매하는 ‘크리에이터 스튜디오’를 막 내놓은 시기다. 유저로서 창작 욕구와 호기심이 그를 크리에이터의 세계로 이끌었다.

“대부분의 유저라면 자신의 아바타에 자신이 만든 옷을 입히길 원해요. 자신이 좋아하는 옷을 입히고, 자기 마음대로 꾸미고 싶고요. 저 또한 그런 걸 원해서 아이템을 직접 만드는데 도전했죠”

◇제페토 크리에이터 성공 비결은 ‘꾸준함’

지난 1년 5개월간 렌지가 제작한 옷은 약 1500벌에 달한다. 처음부터 직업으로 삼아야겠다는 거창한 목표는 없었다. 하루하루 옷을 만들다 보니 어느새 크리에이터가 됐고, 월 수익 1억 원을 내는 매니지먼트의 수장이 됐다. 업계 선발 주자로서 행운도 따랐지만, 무엇보다 꾸준함과 성실함이 큰 역할을 발휘했다.

전공자가 아니면 쉽지 않은 3D 기술도 독학과 과외로 익혔다. “나라고 못할 게 뭐 있냐”란 생각으로 마야 프로그램을 익혔다. 지금이야 3D 옷 만드는 튜토리얼 영상이 유튜브에 많지만, 그가 처음 크리에이터 활동을 시작할 때만 해도 해외 콘텐츠를 찾아보며 공부해야 했다. 마야 프로그램이란 3D까지 구연이 가능한 영상편집 도구다.

렌지는 주 고객인 10대 사용자의 니즈와 트렌드 분석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사용자 니즈를 어떻게 분석하고 있냐’는 질문에 렌지는 “영업비밀”이라면서도 “최근 제페토에서는 실제 사람이 입을 수 있을 만한 옷이 유행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항상 고객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기본 원칙도 잊지 않는다. 10대 때 ‘심즈’나 ‘퍼피레드’ 같은 게임을 즐기며 아바타를 직접 꾸민 경험이 도움됐다. “저는 (사용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죠. 어렸을 때 아바타 게임을 정말 좋아했으니까요. 제가 10대 때 아바타 게임을 할 때 어떤 옷을 입히고 싶었는지를 생각하면서 옷을 만들어요.”

◇ “메타버스는 아직 새로운 기회, 블루 오션”

또래 친구들에 비해 큰 경제적 성공을 얻었지만, 고민이 없는 건 아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간다는 막연함과 불안함이 마음 한켠에 자리 잡고 있다. “내가 미래에 옷만 팔아서 먹고살 수 있을지 불안하죠. 앞으로 1~3년 동안은 먹고 살 수 있겠지 싶은데 5년 후, 10년 후에는 물음표가 생겨요. 그래서 늘 ‘넥스트’를 고민하고 생각해요.”

매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보니 직업병도 얻었다. 목과 허리가 아픈 건 물론, 손목에 염증도 생겼다. 가상 세계에서 다른 페르소나로 살며 겪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빼놓을 수 없다. “(렌지로서) 페르소나는 분명히 나의 일부분이지만, 내 진정한 모습은 아니잖아요. 남들이 아는 렌지는 정말 밝은 모습인데 저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에요. 거기에서 오는 괴리감이 있어요.”

지난해 특히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지만, 최근에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조금씩 ‘김○○(본명)’과 ‘렌지’로서의 삶의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 팬 ‘오랭이’들의 응원과 기대도 렌지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다. “요즘은 렌지도 나의 또 다른 일부라는 걸 인정하고 흘려보내고 있어요. (인생을) 모래알에 비유하잖아요. 너무 꽉 쥐면 모래알이 다 날아가죠. 조금 느슨하게 손을 풀어보자.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어요.”

렌지는 제페토 같은 메타버스 플랫폼이 미래를 고민하는 또래 친구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메타버스가 현실과 유기적으로 함께 성장하며 소비를 촉진하고 수익을 만들어내는 ‘경제 활동의 장’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도 초창기에 ‘동영상을 만들어 돈을 번다고?’라는 인식이 있었죠. 근데 지금은 엄청 보편화했잖아요. 불과 2~3년 만에 그런 변화가 온 것처럼 메타버스도 그렇게 될 거 같아요. 메타버스는 아직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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