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가 이날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당선되는 이변이 펼쳐졌다. 선거 직전까지도 여론은 고노 승리로 기울어 있었다. 여론의 고노 지지가 기시다를 훨씬 앞섰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과 TV도쿄가 23∼25일 일본 유권자를 상대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6%가 차기 총리에 ‘어울리는 인물’로 고노를 지목했다. 기시다는 17%에 그쳤다.
선거 결과가 민심을 거스르는 방향으로 나타나면서 일본의 후진적인 파벌 정치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일본은 유권자의 직접 투표가 아니라 국회를 장악한 다수파의 선택으로 총리가 결정되고 내각을 구성되는 의원 내각제를 택하고 있다.
선거 초기 자율 투표를 인정하면서 구태 정치를 경계하는 듯했던 파벌들은 선거가 임박하자 결선에 대비해 노골적으로 표 단속에 나섰다.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기시다를 지지하는 아마리 아키라 자민당 세제조사회장은 전날 아베를 만나 결선 투표 때 ‘2·3위 연합’을 협의했다.
실세인 아베와 아마리가 사실상 고노 견제를 위해 움직였다는 평가다.
다케시타파 회장 대행인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은 총재 선거 하루 전날 기자회견에서 “대부분 기시다 지지로 정리됐다”고 파벌 대응 방향을 밝혔다.
4명이 경쟁한 1차 투표에서 기시다는 146표를 얻어 고노보다 60표 많았지만 결선에서는 249표로 고노보다 118표를 더 받았다.
후보자가 2명으로 좁혀진 상황에서 파벌의 내부 단속에, 당선 가능성이 큰 후보에 줄을 서는 행태까지 더해 기시다 쏠림이 더 커진 것이다.
관행상 기시다는 자신을 지지해준 파벌에 요직을 ‘선물’할 가능성이 크다.
기시다는 유권자의 낮은 지지에도 평소 자민당 실세들과 비교적 좋은 관계를 유지해온 덕에 일본 정부 수반을 예약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