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 있는 63아트에서 스웨덴 출신의 초현실주의 사진작가 에릭 요한슨을 만났다. 에릭 요한슨은 2019년 이후 오랜만에 한국행을 택했다.
"한국에서 다시 전시를 열 수 있게 돼 기쁩니다. 특히 63빌딩은 처음인데 이렇게 멋진 공간에서 전시할 수 있다니요!"
이번 전시는 △혼자만의 여행 △내가 보는 세상 △추억을 꺼내 본다 △나만의 공간 △미래의 일상 등 다섯 가지 주제로 구분된다. 특히 에릭 요한슨의 신작이 10점 이상 추가되는 등 최대 규모로 열린다.
"보통 1년에 6~8개의 작품을 만들어요. 2019년 한국 전시 이후론 15개 정도의 작품이 추가된 셈이죠. 이번에 새로 선보이는 작품이 가장 질이 높다고 자부합니다."
에릭 요한슨은 작품의 관전 포인트로 '관찰'을 꼽았다. "작품을 가까이에서 보면서 디테일을 살피셨으면 좋겠어요. 동시에 상상력도 함께 펼치면 좋겠습니다. 관람객도 제 작품을 통해 새로운 영감을 얻어가면 기쁠 것 같아요."
에릭 요한슨은 자신의 이름 앞에 붙는 '상상을 찍는 사진작가'라는 수식어에 대해 "적절한 표현"이라고 했다. 자신은 전통적인 사진작가도, 단순히 리터칭 작가도 아니기에 한 마디로 표현하기 어렵다는 생각에서다.
"어렸을 때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어요. 흰색 종이에 상상력을 표현하는 방식이 좋았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디지털카메라를 선물 받아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죠. 사진을 찍는 게 행위의 끝이라는 게 이상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오히려 작업의 시작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어요. 그림을 통해 상상력을 표현하는 것처럼 사진으로도 가능할 거란 생각을 하게 됐죠."
그는 '언제 어디서나' 영감을 얻는다. 특히 예상치 못한 것에서 하나의 작품이 탄생하는 걸 가장 좋아해 여행을 즐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는 그의 작품 활동에도 제약을 줬다. 아이디어를 얻을 공간이 사라져 버린 듯한 기분이었다.
"'Stuck Inside' 역시 팬데믹 상황에서 나온 거예요. 당시 상황들로 인해 체코 프라하에 있었거든요. 전시도 못 보고 여행도 가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갇혀 있는 기분이었죠. 제 머릿속에 저 자신이 갇혀 있는 듯한 느낌도 받았고요. 그때 생각을 바꿔봤어요. 아이디어가 없는 게 아이디어가 될 수 있겠더라고요. 그렇게 탄생한 작품입니다."
이번 전시의 또 다른 특징은 비하인드더씬(Behind the scenesㆍBTS)이 더욱더 디테일해졌다는 것이다. 아이디어를 노트에 스케치하고 이를 구현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 떠난 뒤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올 때까지 계속해서 사진을 찍는 게 에릭 요한슨의 작업 방식이다. 일러스트레이트나 CG 처리 없이 이미지를 만들기 때문에 작품 하나를 완성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이 과정을 친절하게 보여주겠다는 의도가 담긴 게 BTS다.
"저는 모든 전시에 메이킹 영상을 틀어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상 없이 작품만 보면 제 결과물들이 마술처럼 느껴질 순 있겠지만, 영상을 통해 제가 찍은 사진 속 장소가 실존하는 곳들의 조합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에릭 요한슨은 관람객들에게 "많은 영감을 얻어가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제 작품을 통해 불가능은 없다는 생각을 하셨으면 합니다.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이 들었던 것도 계속 시도를 하다 보면 '가능'이 될 수 있어요. 열정적인 한국 팬분들의 적극적인 소통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