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개 식용 금지 검토할 때"....한국 보신문화 달라질까

입력 2021-09-28 15:51 수정 2021-09-28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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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식문화"vs"개는 반려동물"
여론조사 78.1% "개 식용 법으로 금지해야"
대선 후보 앞다퉈 '개 식용 금지' 공약
육견 업계 우려…"생계가 걸린 일"

▲문재인 대통령이 1일 공개한 반려견 '마루'와 '곰이' 사이에서 태어난 풍산개 새끼 7마리. (사진 제공=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일 공개한 반려견 '마루'와 '곰이' 사이에서 태어난 풍산개 새끼 7마리. (사진 제공=청와대)

오랫동안 분분했던 개 식용 금지 논의가 다시 급물살을 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개 식용 금지를 신중히 검토할 때가 됐다"고 말하면서다. 문 대통령은 이날 김부겸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이같이 말하며 관련 부처의 검토를 주문했다. 2018년 개를 가축에서 제외해달라는 국민청원에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유보적인 답변을 냈던 청와대가 완전히 달라진 태도를 보인 것이다.

해묵은 논의 '개 식용'…이번엔 결론 날까

▲반려동물단체 회원들이 2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와 고양이의 도살, 식용 판매를 금지하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
▲반려동물단체 회원들이 2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와 고양이의 도살, 식용 판매를 금지하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

개 식용 금지는 오랫동안 찬반이 엇갈렸던 해묵은 의제다. 전통적으로 섭취해온 '보신탕'을 금지하는 건 문화 사대주의란 주장과 개는 반려동물이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부딪혀왔다.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생계와 일부 농가의 동물 학대 논란 역시 첨예한 사안이었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모든 동물은 혐오감을 주거나 잔인한 방법으로 도살돼선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개·고양이 등 반려동물의 식용을 금지하지는 않는다. 지난해 12월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개·고양이의 도살·처리 및 식용판매를 금지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국회에 계류 중이다.

최근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늘어나며 평행선을 그리던 개 식용 논의에 변화가 생겼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는 약 312만9000가구로, 전체 가구의 15%에 달한다. 최근 몇 년간 높아진 환경·동물권 의식과 일부 개 농장의 '뜬장'(공중 설치 사육장)등 비윤리적 사육도 영향을 미쳤다.

보신문화 역사 길어…조선시대 기록에도 남아

사실 한국의 '보신문화'는 역사를 오래한다. 그간 조상들은 7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는 더위가 심한 여름날을 초복·중복·말복으로 나눠 때에 따라 몸에 좋은 음식들을 섭취해왔다. 복은 매년 날짜가 달라지는데 24절기 중 하지(夏至)와 입추(立秋)를 기준으로 정해진다.

역사 기록을 살펴보면 기원전 7세기에 삼복 제사를 지내면서 충재(蟲災)를 방지했다고 하는데 조선시대에는 종묘에서 제사를 지내며 궁중에서 더위를 이기라는 뜻으로 복날에 벼슬아치들에게 빙표를 줘 장빙고에서 얼음을 타도록 했다. 이때 몸을 보신하기 위해 소고기를 먹었는데 일반 서민은 귀한 소고기를 대신한 고기를 먹었다고 한다. 이를 ‘복달임’ 또는 ‘복놀이’라고 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개고기가 보음식의 주는 아니었다. 복날 음식은 ‘닭’을 이용한 음식이었다고 전해진다. 조선시대 복날 음식 기록을 살펴보면 ‘동국세시기’에 보면 ‘먹고 땀을 흘리면 더위도 물리치고 보신도 된다’고 적혀있는데 닭국·닭백숙을 끓일 때 백삼가루를 넣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앞다퉈 '개 식용 금지' 법안 내놓은 대권 주자들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늘면서 관련 산업도 성장하고 있다. 사진은 5일 서울 SETEC에서 열린 2021 서울펫쇼 현장 모습. (뉴시스)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늘면서 관련 산업도 성장하고 있다. 사진은 5일 서울 SETEC에서 열린 2021 서울펫쇼 현장 모습. (뉴시스)

어찌됐든 개고기 역시 소고기를 먹지 못한 일반 서민에게 몸보신을 위한 고기였다는 기록은 남아있다.

하지만 세대가 달라졌다. 달라진 분위기는 여론조사로도 나타났다. 1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공개한 ‘2021 동물보호·복지 정책개선 방향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78.1%가 “개, 고양이의 식용 목적 도살과 판매를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2018년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식용 금지 반대 51.5%, 찬성 39.7%로 나타난 것과 대조된다.

이미 대선 후보들은 앞다퉈 개 식용 금지와 동물 복지 관련 공약을 내놓고 있다. 특히 여권 후보들이 적극적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달 20일 "사회적 합의를 거쳐 개 식용 금지를 추진하겠다"며 동물의 적정한 사육·관리 의무화와 동물보호법의 동물 학대 범위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공약을 제시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달 31일 반려동물 매매 금지와 육견 산업 금지를 내건 공약을 발표했다.

야권에서는 유승민 후보가 지난 대선에서 개 식용을 단계적으로 폐쇄하는 정책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는 반려견 4마리를 키우고 있는 반려인이지만, "개 식용은 선택의 문제"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대통령 발언으로 운을 띄운 정부는 오는 30일 반려동물 관리체계 개선 방안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반려동물 등록률 제고와 동물보호센터 전수점검과 관리 감독 강화 등 각종 동물 복지 방안이 담길 전망인데, 여기에 개 식용 금지와 관련한 내용도 포함될지 주목된다.

동물권 단체 "금지 논의 환영" vs 육견 업계 "생계가 걸린 일"

▲대한육견협회 회원들이 초복인 2019년 7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개 식용 금지 법안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뉴시스)
▲대한육견협회 회원들이 초복인 2019년 7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개 식용 금지 법안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뉴시스)

대통령의 발언에 동물 보호 단체에서는 잇따라 환영 성명을 발표하며 반겼지만, 육견 업계에서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국에 있는 식용견 사육 농가는 2000곳이 넘는다.

대한육견협회 관계자는 이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아직 검토 중인 사안이라 따로 입장을 발표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면서도 대통령의 발언에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그는 "먹고 사는 문제가 걸려있는 걸 관련 업계와 어떠한 협의도 없이 말만 던져 놓는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코로나19로 자영업자들이 힘들고 정신없는 상황에서 (대통령께서) 개 식용 종식을 말씀하시는 게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개 식용 금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대선 후보들도 관련 업계와 어떠한 논의도 하지 않았다"며 "표를 놓고 봤을 때 반려인이 많으니 편 가르기를 하듯이 공약을 펼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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