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규모 비슷한 시중은행에 비해 점포 2배
지방銀 관계자 “단골 고객과 가족같이 지내”
“5만 원짜리 신권으로 바꿔 주세요.”
추석을 앞둔 17일 부산 남구에 위치한 BNK부산은행엔 구권을 신권으로 교환하려는 고객, 밀린 은행 업무를 보러 온 고객들로 가득했다. 오전 11시를 조금 넘긴 시각이었지만, 번호표는 120번을 향해 가고 있었다. 고객들은 점원들과 은행 업무 외에도 날씨, 코로나19, 다가오는 명절 등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지방 은행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지방 은행은 오래전부터 그 지역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한 지방 은행 관계자는 “시골 영업점에서 근무할 때는 어르신들이 김치를 준 적도 있었다”며 “동네에 점포가 하나 있어 매일 오는 사람이 오니까 가족 같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역민과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는 지방 은행은 자산 규모 대비 점포 수가 시중 은행과 비교해 2배가량 차이 났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분기 기준 점포 1곳에 대한 은행 계정 자산 규모는 △광주은행 1872억5000만 원 △전북은행 1920억 원 △제주은행 1970억 원 △부산은행 2683억 원 △대구은행 2689억3000만 원 △2979억8000만 원 등이었다. 지방 은행은 평균 자산 2491억1000만 원당 점포가 하나였다.
반면 시중 은행의 점포 1곳에 대한 은행 계정 자산 규모는 △KB국민은행 4520억4000만 원 △우리은행 4552억4000만 원 △신한은행 4647억2000만 원 △하나은행 6028억2000만 원 등이었다. 평균 4859억5000만 원당 점포가 하나인 셈이다. 자산 규모 대비 시중 은행의 점포 수가 지방 은행보다 2배 정도 적었다.
점포를 기반으로 영업 구역에 뿌리를 내리는 지방 은행의 경우 점포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은행들이 점포 수를 줄여가고 있지만,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 고객이 많은 지방 은행은 시중 은행보다 자산 대비 점포 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
금융 당국은 점포 폐쇄에 따른 금융 소외계층의 불편에 대비해 지점 문을 닫을 시 사전영향평가 자료를 은행으로부터 제출받고 있다. 은행의 지역 재투자를 평가할 때 점포 감소에 대해 불이익도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시중 은행들은 디지털 전환과 더불어 코로나19 영향, 순이자마진 하락에 따른 비용 절감 차원에서 점포 축소를 가속하고 있다. 시중 은행이 효율화, 경쟁력을 이유로 점포를 줄여나간다면 지방 은행과의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