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재택근무에 대해선 설문 참여자 전원이 찬성했다. 재택근무의 장점에 대해선 대부분이 ‘집중력이 높아졌다’, ‘출퇴근에 따른 에너지 소모가 줄어 좋다’고 했다. 단점으로는 ‘비대면으로 소통해야 해서 가끔 답답하다’, ‘업무시간 구분이 모호해져 시간 외 근무를 오히려 더 많이 한다’는 답변이 있었다. ‘재택근무 장기화로 교류가 줄어 사회성이나 소속감이 떨어지는 것 같다’ 등의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재택근무가 길어지면서 이런 단점은 개선·보완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재택근무가 계속되길 희망했다.
잡코리아가 이달 중순 재택근무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10명 중 7명은 ‘인간관계에 대한 스트레스가 줄었다’고 답했는데, 그 이유로는 ‘쓸 데 없는 말이나 감정 소모를 안 해도 돼서(81.3%)’란 답이 가장 많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발발한 지 만 2년이 가까워지면서 반강제적으로 시작한 비대면 생활 실증 실험이 어느 정도 윤곽을 나타내고 있다.
일부 기업에서는 직원들의 완전 복귀를 추진하는 움직임도 있지만, 재택근무에 익숙해진 직원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등장한 게 출근과 재택근무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근무 방식이다. 직원들의 행복도 향상과 육아, 유능한 인재 확보, 생산성 향상 등을 고려해 3일은 출근, 2일은 재택근무, 2일은 휴일인 ‘3-2-2’ 방식이 부상하고 있다.
사실, 재택근무는 인터넷 이용이 정착하면서 이미 늘어나는 추세였다. 미국 댈러스연방준비은행이 2019년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그 시점에 미국 전체 노동자 중 5%가 재택근무를 했다. 연구직과 프로그래머 같이 인터넷 환경만 갖춰지면 출근하지 않아도 결과물이 나오는 업종이 중심이었다.
그러던 것이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재택근무 도입이 확산하니 이를 당연시하는 노동자도 늘었다. 미국 시카고대 벡커프리드먼연구소(BFI)가 올해 6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개월 후 회사가 사무실에 완전복귀하라면 어쩔 거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8%는 ‘고용주의 지시에 따르겠다’고 답했지만, 36%는 ‘일단 지시에 따르되,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볼 것’이라고 했고, 6%는 아예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했다. 재택근무를 하면 출퇴근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고, 자녀가 있는 경우는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다는 장점을 몸소 체험한 결과다.
고용주 입장에서는 재택근무에 따른 생산성 저하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 4월 독일 IZA노동경제연구소가 아시아 IT 대기업에 다니는 1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재택근무로 근무시간은 늘었지만, 생산성은 최대 20% 정도 떨어졌다’는 결과가 나왔다. 자녀가 있는 직원은 자녀가 없는 직원보다 노동시간이 길어져 생산성이 크게 떨어졌다고 한다.
재택근무가 반드시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팬데믹 이후 경제의 생산성’이란 보고서에서 재택근무에 대해 “소비자 행동의 변화, (특히 온라인) 리모트 컴퓨팅을 통한 비용 절감, 유연한 인력 배치에 의한 효율 향상 등을 조화시키면 생산성이 향상될 것”으로 예측했다.
결국 이런 일련의 조사들이 말해 주는 것은 고용주의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고용주는 노동자가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농땡이’를 친다고 여긴다. 그러나 주목할 건 코로나19가 세상의 모든 일하는 방식을 바꿔놨다는 것이다. 앞으로 고용주가 고민할 것은 물리적 환경과 가상 환경의 조화를 꾀하는 것이다. 빈 사무실을 어떻게 활용할지, 어떻게 안전한 원격근무 수단을 제공할지, 온라인 소통 피로에 대한 대응과 새로운 인사 관리 등이다.
미국 시사지 디애틀랜틱은 직원들을 사무실로 복귀시키려는 고용주에게 먼저 몇 가지를 자문해 보라고 조언한다. △팬데믹 발발 이전, 당신은 일주일에 며칠이나 사무실에 있었나 △직접 대면한 팀은 몇 개였고, 어떤 팀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나 △사무실이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왜 없는가 △사무실 문화란 무엇인가, 특히 당신의 사무실 문화란? △재택근무 때문에 당신의 사업이 어려움을 겪었나.
좋든 싫든 재택근무는 위드 코로나 시대의 숙명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