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다발 악재에 시장 변동성 확대...ELS 시장 ‘빨간불’

입력 2021-09-23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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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에버그란데 건물이 보인다. 홍콩/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에버그란데 건물이 보인다. 홍콩/로이터연합뉴스

중국 부동산 개발기업 헝다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다. 헝다그룹을 포함해 빅테크 기업이 대거 상장한 홍콩 증시가 추락하면서 국내 주가연계증권(ELS) 시장도 연쇄 충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3일 기준 헝다그룹 주가는 2.5홍콩달러(한화 379원) 수준으로, 연초 대비 81% 폭락했다. 지난 15일에는 신용평가기관 피치에서 헝다그룹에 채무 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을 언급했다. 헝다그룹은 홍콩 증시에 상장됐으며, 홍콩H지수를 구성하는 50종목 중 하나다. 국내 투자자들에게 익숙한 텐센트홀딩스, 알리바바그룹홀딩스, 제이디닷컴, 바이두 등도 홍콩H지수를 구성하고 있다.

홍콩H지수는 중국 정부의 규제 직격탄을 맞으면서 연일 하락하고 있다. 지난 21일 기준 홍콩H지수는 8,640.37에 장을 마쳤는데, 올해 최고점(12,271.60)과 비교하면 29.5% 떨어졌다.

홍콩H지수가 폭락하자 해당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만들어진 국내 ELS도 조기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ELS 시장 대부분은 지수 기반 상품으로 구성됐다. 투자자 중 90% 이상은 대개 6개월, 길어야 1년을 목표로 두고 조기상환 후 ELS 재투자해 자금을 굴리곤 한다. 투자금이 상환되지 않으면, ELS 발행 잔고로 묶이게 된다.

오는 10월에도 홍콩H지수 기반 ELS 물량이 3조1600억 원가량 존재하는데, 현재 지수 수준으로는 조기상환 요건 기준(1만500포인트 추정)을 맞추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홍콩H지수가 현재 수준에서 지수가 1000포인트 정도 더 떨어진다면 상품 기준에 따라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개인투자자뿐만 아니라 ELS 발행 후 헤지거래 하고 있는 증권사들도 대규모 손실을 볼 수 있다. 증권사들은 발행한 ELS가 조기 상환에 실패하면, 자산을 더 운용해야 하는데 이때 헤지 비용이 발생한다. 지수가 더 나빠져 ELS를 운용할 수 없게 되면, 마진콜 위험에 노출된다. 이를 막지 못할 경우, 시장에 매물로 쏟아져 지수가 다시 하락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지수가 추가로 하락하면 ELS에 투자한 일반 투자자들의 원금 손실 가능성이 더 커진다”며 “국내 대형 증권사들도 헤지 운용 과정에서 상당한 손실 가능성이 나타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상당 부분 매물로 나올 경우 주가 변동성을 키우고 시장 하락을 부추기는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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