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마련된 자영업자 합동 분향소에 경찰이 폴리스라인과 기동대 인력을 동원해 분향소 주변을 둘러싸자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이같이 외쳤다. 분향소는 지난 16일 늦은 밤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자대위) 측과 경찰들의 대치 끝에 간이 형식으로 설치됐다.
한 평 남짓한 간이 분향소의 영정사진에는 '근조, 대한민국 소상공인 자영업자'라는 글자가 적혀있었다. 영정사진은 상 대신 몇 겹 쌓은 흰 천 위에 위태롭게 놓여있었다. 상주가 앉을 의자 하나 없자 조문을 온 정의당 관계자들이 노란 의자 5개를 들고 왔다.
앞서 자대위는 전날 오후 2시께부터 국회 앞과 여의도공원 인근에 분향소 설치를 시도했다가 경찰에 저지됐다. 경찰의 감시를 피해 분향소 설치 장소를 물색하던 자대위는 저녁 8시께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다시 설치를 시도했고, 정치권 인사들의 중재 하에 설치를 마무리했다.
이날 오전부터 여야 의원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정의당 대선 경선 후보 등 여야 인사들은 분향소를 찾았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분향소를 찾아 방명록에 "숨 막히는 상황 가운데서도 힘껏 노력하시는 소상공인, 자영업자 여러분께 깊은 위로와 격려의 마음을 드립니다. 함께 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윤 원내대표는 "자영업자들의 희생이 더는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좀 더 제대로 된 분향소를 설치할 수 있도록 영등포구청에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코로나로 인한 빚은 정부가 탕감해야 한다는 생각은 분명히 가지고 있다"며 "자영업자 고통이 최대한 줄어들고 삶이 회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위로했다.
정의당은 대선 경선 후보들이 함께 분향소를 찾았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가 자대위 관계자의 손을 잡고 "정말 죄송하다" 하자 관계자는 "아마 합동분향소 역사상 이렇게 초라한, 분향소가 있었을까. 그것이 자영업자라는 현실이"하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조문을 마친 심상정 의원은 기자와 만나 "어제도 3명의 자영업자께서 세상을 버리셨다고 한다. 이 사태 주범은 정부와 정치권이다. 오로지 시민들 건강을 위해서 통제 방역에 헌신한 자영업자들을 이렇게 내동댕이칠 수 없다"면서 "정의당은 이번 정기 국회 내 제대로 된 손실 보상법이 다시 만들어질 수 있도록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분향소의 폴리스 라인을 철회해달라는 요구도 이어졌다. 심 의원은 현장 경찰 관계자를 찾아 "폭동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왜 이렇게 과민반응하냐. 먹고살기 위해서 돌아가신 거다. 양심이 있어야지 정부가, 그렇게 사지로 내몬 정치인들 고개라도 숙이게 놔둬야 하는 거 아니냐"라고 항의했다.
그러자 경찰 관계자는 "보고드려서 말씀드리겠다. 경찰입장이 있고. 경찰 입장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구청에 허가를 받아서 하시면 된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와 관련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이투데이와 통화에서 "구청 측은 감염병 법령조항에 따라 사람들이 많이 모이지 않게끔 하는 예방 조치하는 근거가 있어서 그 내용을 보내준 것일 뿐 우리가 하라 마라 한 게 아니다. 경찰이 그거(협조요청) 가지고 못 하게 한 것"이라고 책임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