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로워야 할 한가위에 개미(개인 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수익을 많이 내기 위한 빚투(빚 내서 투자)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국내 증권사의 신용융자 잔액은 25조5281억 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국내 증권사의 신용융자 잔액은 앞선 3월 15일 21조1418억 원 대비 20.74%(4조3863억 원) 증가한 수준으로 유가증권(코스피)에서 13조8828억 원, 코스닥에서 11조6452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지수가 급격히 떨어졌다가 제자리를 회복하자 개인의 관심이 늘어나며 투자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신용융자 잔액이 25조 원을 넘은 것은 지난달이 사상 처음이다.
8월 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년 3개월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지만 신용융자액은 잠시 주춤했다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문제는 '반대매매'도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반대매매는 투자자들이 증권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했다가 이를 갚지 못해, 증권회사가 그 주식을 강제로 처분해서 빌려준 돈을 회수하는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올해 1∼7월 미래에셋증권 등 국내 10개 증권사에서 개인투자자의 신용공여 반대매매 규모는 4834억 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반대매매 건수는 5만9891건을 기록했다.
개인투자자들이 선호하는 대형 종목들이 악재를 만났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특히 개인은 온라인 플랫폼 규제 이슈로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이 매도하고 있는 카카오와 네이버 매수에 달려들기도 했다.
이달 1일부터 17일까지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카카오를 1조325억 원, 3715억 원 팔아치웠지만 개인은 1조3757억 원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과 기관이 네이버를 2116억 원, 3207억 원 팔아치웠지만 개인은 5094억 원을 순매수했다.
지난달 반도체 업황 둔화를 이유로 외국인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대량으로 매도했을 때도 매수를 주도한 건 개인투자자였다.
이난달 1일부터 31일까지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6조4696억 원을 팔아치웠만 개인과 기관은 각각 5조6110억 원, 6382억 원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 역시 외국인이 1조5426억 원을 팔아치웠고 개인과 기관은 각각 1조4776억 원, 187억 원을 순매수했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투자자가 주식 직접투자를 통해 높은 성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개인 투자자는 투자역량이 부족하고 행태적 편의에 노출되기 쉽다"며 "코로나19 국면에서 나타난 신규투자자의 저조한 투자성과는 개인투자자의 직접투자의 한계"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증시 변동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개별 업종과 각 종목의 이슈 뿐만 아니라 10월 금통위의 추가 금리인상, 미 연방준비제도의 테이퍼링 시행 등 주식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메크로 요소들이 산재해 있다.
10월 금통위에서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은 농후하다. 지난 8월 금통위 회의 당시 이주열 한은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5명 중 4명이 추가금리 인상 필요성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우혜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10월 13일에 공개되는 9월 FOMC 의사록은 테이퍼링 방법에 대한 논의가 심도 있게 진행됐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11월 테이퍼링 결정을 예상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