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대학로 하이퍼텍 나다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의 이충렬 감독과 인터뷰를 가졌다.
1997년 IMF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는 이 감독은 "아버지를 떠올릴 때면 늘 소가 연상됐다. 아버지는 소였고 소는 곧 아버지였다"며 "이 영화 '워낭소리'는 소를 통한 아버지의 헌신을 테마로 한 영화"라고 밝혔다.
이 감독은 "기존 다큐와는 달리 '소리'에 큰 비중을 뒀다는 점에 주목해 달라"며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온전히 마음을 표현하는 요소는 소리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 감독은 방송 외주 제작사에서 프로듀서로 활동하며 비전향 장기수, 무당, 사북탄광 노동자 등을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만든 감독. 이 감독은 "자신이 천착했던 아이템들이 방송에서는 쉽사리 수용될 수 없는 것들이었기에 실패를 많이 경험했다"고 토로했다.
"이 영화 '워낭소리'도 애초에 극장 개봉을 전제로 한 작품은 아니었지만 느림보 스튜디오의 고영재 사장의 도움으로 영화로 만들어질 수 있었다"는 이 감독은 "자신이 의도했던 점, 즉 소소한 일상의 아름다움과 나를 키워준 소중한 이들을 기억하려는 대목이 관객들에게 잘 전달돼 기쁘다"고 했다.
이 영화 '워낭소리'는 한국영화 최초로 제25회 선댄스 영화제 다큐멘터리 경쟁부문에 진출했지만 아쉽게 수상에는 실패했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수상을 못한 점은 아쉽지만 문화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객들이 영화에 공감했다. 기립박수는 아니었지만 큰 박수를 두 번이나 받아 무척 인상적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팔순 농부와 늙은 소의 30여년에 이르는 우정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는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드물게 29일 현재까지 누적관객 4만 7천 명을 기록하며 꾸준히 관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