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철강·수소 전력 사용 제철소 등 다방면 모색
벤츠·볼보 등 저탄소 철강 조달
긴 설비투자 주기·높은 비용 등 걸림돌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철강을 많이 사용하는 자동차 업체들은 재활용 철강을 더 많이 사용하는 낮은 수준기술에서부터 기존 석탄 화력 공장 대신 수소를 전력으로 하는 제철소에서 철강을 조달하는 방법까지 다방면에 걸쳐 친환경 철강 모색에 나서고 있다.
철강 산업은 세계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산업 중 하나이며, 자동차 업계는 이러한 철강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분야다. 철강 업체들이 보다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철강을 생산하는 방안을 찾아 나선 가운데, 자동차 회사들도 규제 당국과 기후변화에 민감한 투자자, 고객의 요구를 받아 이러한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특히 유럽 자동차와 철강 업체들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철강의 개발·사용을 향한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기후변화 대응 계획 ‘그린딜’은 오는 2050년까지 지역 내 제조업과 그 공급망에 대해 탄소 중립 실현을 의무화하고 있다.
독일 자동차 대기업 다임러의 고급차 부문인 메르세데스벤츠는 이달 초 스웨덴 철강 회사 SSAB와 계약을 맺었다. SSAB 산하 하이브리트가 내년부터 벤츠를 위해 저탄소 철강을 생산할 예정이다. 이 계약은 오는 2039년까지 모든 벤츠 차량을 탄소 중립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부라고 WSJ는 설명했다.
스웨덴 완성차 업체 볼보는 이미 하이브리트로부터 철강을 조달하고 있으며, 독일 BMW는 미국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철강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전기차(EV)로의 전환과 더불어 차량 주행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나서는 것은 물론 제조 과정에서까지 친환경적으로 나아가려는 것이다.
다만 철강업계의 설비투자 주기가 길어서 저탄소 생산으로 크게 전환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 걸림돌로 꼽히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해 10월 “수소를 이용한 철강 생산이 2050년 전 세계 1차 철강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5% 미만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올리버 집세 BMW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독일 뮌헨 국제 오토쇼에서 기자들에게 “철강 산업에서는 현재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면서도 “다만 그것은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철강 생산은 비용도 더 들어간다. SSAB는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철강의 제조비용이 기존 철강보다 20~30%더 비싸진다고 밝혔다. 유럽의 대형 철강 회사 아르셀로미탈도 독일 공장에서 수소를 사용해 철강을 생산할 경우 제조 비용이 60% 증가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