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체인지 데이즈’ 이재석 PD “연인과 한 방? 자극성 노린 규칙 아냐”

입력 2021-09-14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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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카카오엔터테인먼트)

흔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별 위기를 겪는 세 커플이 상대방을 바꿔가며 데이트를 즐기는 ‘파격’ 콘셉트로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카카오TV의 ‘체인지 데이즈’ 이야기다.

데이트 상대를 바꾸는 일종의 ‘스와핑’ 소재는 방송 시작 전부터 선정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방송을 거듭할수록 세 커플의 고민과 진정성이 시청자들에게 전달됐고, ‘과몰입’을 유발하며 응원과 지지를 받았다. 이에 본편 및 부가 영상을 합산해 누적 조회수만 4700만뷰를 기록했고, 넷플릭스 ‘오늘의 한국 톱 10 콘텐츠’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다.

14일 오전 화상으로 만난 ‘체인지 데이즈’의 수장 이재석 PD는 ‘프로그램의 인기를 예상했냐’는 질문에 “기대를 했지 예상을 할 순 없었다”며 “생각보다 반응이 더 좋아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한국에서 처음 시도된 데이트 체인지라는 소재를 가지고, 처음엔 오해를 받아 비난받을 수 있을지언정, 진심이 통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출연자들이 솔직하게 해줬고, 좋은 원본을 가지고 편집에서 MSG 다 빼고 만들 수 있어서 보는 분들이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진제공=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카카오엔터테인먼트)

이재석 PD는 과거 MBC에서 ‘마이 리틀 텔레비전’, ‘편애중계’ 등 재기발랄한 콘셉트의 예능을 선보였다. 이후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 이적해 ‘체인지 데이트’를 내놨다. 전작들과 달리 처음으로 연애 소재를 선택해 프로그램을 만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이성에게 관심을 가지는 건 본능이잖아요. 기본적으로 관심이 있어 하는 소재라 선택하게 됐죠. 연애를 다룬 프로그램이지만 기본적으로 관심을 갖는 건 사람에 대한 이야기예요. 제가 잘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항상 궁금하거든요. ‘체인지 데이즈’도 사람 이야기이고, 이게 연애를 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였을 뿐이에요. 연애 프로그램이 좋아서 해야겠다 한 건 아니에요.”

‘체인지 데이즈’는 다른 연애 프로그램과 다르게 연애 중인 커플이 나온다는 점과 데이트 상대를 바꿔가며 즐기는 모습을 담아 변주를 더했다. 이재석 PD는 이 지점이 프로그램만의 특별한 색깔이 되길 바랐다.

“‘체인지 데이트’라는 장치는 내 연인과 관계에서 해결되지 않는 고민을 가지고 모여 다른 이성과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 떠올리게 됐어요. 선정적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방송을 보면 그렇지 않을거라 생각했죠. 서로 고민을 나눔과 동시에 적당한 설렘도 보여줄 수 있고. 프로그램만의 특징이 있길 바랐죠.”

(사진제공=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카카오엔터테인먼트)

섭외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일반인 중에서도 연애 중인 커플을 섭외하는 데 애로사항을 겪었다고 이재석 PD는 설명했다. 특히 커플 중 한 사람이 출연하고 싶다고 해서 나머지 한 사람이 출연에 동의하기란 쉽지 않은 부분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출연자들의 출연 목적이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체, 쇼핑몰 홍보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지기도 했다.

“출연자 섭외 힘들었죠. 솔로가 아닌 커플이라 더 어려웠거든요. 홍보 목적을 갖는 것은 일반인이 출연하는 모든 프로그램들이 마찬가지일 거예요. 근데 우리 프로그램은 자신이 좋고, 예쁜 모습이 부각될 수 있지 않아요. 예쁜 연애 프로그램만은 아니기 때문에, 애초에 홍보 목적을 기대하고 나올 수 있는 프로그램은 아니라 생각해요. 부담이 많은 포맷이기 때문에 이미지를 좋게 포장해서 홍보에 이용하려는 목적으로 출연하기는 어려웠을 것 같아요.”

‘체인지 데이즈’의 또 다른 파격 설정은 세 커플이 한 집에서 생활하며 자신의 연인 및 연애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뒤, 기존 연인과 한방에서 생활하는 점이다. 각자 다른 상대와 데이트 후 미묘한 분위기가 흐르는 게 프로그램의 재미 포인트다.

“‘기존 연인과 같은 방을 쓰는데, 다른 사람을 어떻게 선택할 수 있겠냐’는 말도 많이 들었어요. 애초에 커플을 무조건 바꾸거나, 헤어져야 능사인 프로그램이면 방을 따로 쓰게 했을 거예요. 어찌 됐건 기존 커플이 갖고 있는 문제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했기 때문에 한방을 쓰는 걸 규칙으로 정했어요. 또 커플 간에 이야기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방까지 같이 안써버리면 둘이 시간을 보낼 수 있나 싶었거든요. 무조건 자극만 주려고 만든 규칙은 아니에요. ‘부모님이 봐도 괜찮냐’고 물어봤는데, 다들 괜찮다고 하셨어요. 그게 안되면 분리하려고 했어요.”

(사진제공=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카카오엔터테인먼트)

7일 공개된 최종 선택에서는 6명의 남녀가 모두 현 연인을 선택했다. 조성호-이상미, 오진록-김민선, 강우석-이홍주 세 커플은 모두 곁에 있는 연인의 소중함을 깨닫고 다시 한번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말에 일각에서는 ‘대본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일었다.

“대본을 써서 했으면 이런 엔딩이 나왔을지 묻고 싶어요. 당연히 대본은 없어요. 제작진도 커플들 최종 선택을 현장에서 바로 듣고 알게 됐죠. 결말은 기대를 하지도 않았죠, 실망하지도 않았아요. ‘어떤 커플은 헤어졌으면 좋겠다’, ‘어떤 커플은 맺어졌으면 좋겠다’ 생각한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풀리길 바랐죠.”

(사진제공=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카카오엔터테인먼트)

MC 장도연, 양세찬, 코드 쿤스트, 허영지 또한 자신들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연인들의 속마음과 고민을 명쾌하게 해석해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 연인들의 아픔에 함께 눈물지으며 감정 이입하는 등 프로그램의 보는 재미를 200% 끌어올렸다는 평이다. 이재석 PD 또한 네 사람에 대해 흡족감을 드러냈다.

“시즌 2에서도 네 분은 그대로 가고 싶어요. 밸런스가 좋았거든요. 2030을 대표한 역할을 너무 잘해줬죠. 한 분 정도 더 모신다면 행동 분석, 심리 분석 전문가를 모시면 좋을 것 같아요. 몰입해서 보는 것 외에 전문적인 이야기가 추가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체인지 데이즈’ 이날 세 커플의 후일담을 담은 스페셜 편을 공개한다. 다시금 설렘을 되찾은 커플들이 그간의 여행을 되돌아보며 느꼈던 점과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후 연애에서의 변화에 대해 털어놓을 계획이다. 이재석 PD는 이들의 출연 소감에 대해 “세 커플 모두 ‘다시는 안 오고 싶다’고 한입으로 말했다”고 귀띔했다.

“세 커플 모두 감정 기복이 너무 심해 힘든 여행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이런 여행을 와서 매너 좋게 잘할 수 있는 사람이 가식을 떠는 거라 생각돼요. 다들 본인이 생각한 것보다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하면서도 저희에게 다시 잘해볼 수 있는 여지가 생겨 고맙다고 전했죠.”

이재석 PD는 시청자 입장에서 가장 응원하고, 과몰입했던 출연자가 있냐는 질문에 조성호-이상미 커플을 꼽았다.

“세 커플 다 애정을 갖고 있어요. 프로그램 초반에는 인터뷰 과정에서부터 조성호-이상미 커플이 눈에 띄었죠. 10년 동안 긴 연애를 한 두 사람이 프로그램에 가장 부합했죠. 제작진 또한 가장 가슴 졸이며 지켜본 커플이에요. 오디오를 들으면서 어떤 이야기를 할지, 서로 너무 상처를 주는 건 아닌지 조마조마했어요.”

프로그램의 인기와 화제성에 힘입어 시즌2 제작도 확정이 됐다.

“시즌 1을 했을 때 느꼈던 문제점을 2에서 개선해보려고요. 촬영기간과 커플수도 고민 중이에요. 스페셜회차가 나가면 커플 모집공고도 나갈 거예요. 시즌1을 보고 출연 지원을 해줄 진 모르겠지만요.(웃음)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홍보 목적이 아닌 진짜로 연인 간의 관계 개선을 하든 끝을 보든 고민을 솔직하게 보여줄 수 있고 공유할 수 있는 진정성을 가진 분들이 나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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