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부 ‘고용보험료 인상’ 명분 있나

입력 2021-09-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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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곤 정치경제부 기자

정부가 최근 발표한 ‘고용보험기금 재정 건전화 방안’에서 눈을 의심케 하는 부분이 있었다. 내년 7월부터 고용보험료 요율(실업급여 보험료 요율)을 0.2%포인트(P) 인상한다는 내용이다. 코로나19 고용 충격에 따른 실업급여 지급 폭증 등으로 고갈 위기에 놓인 기금의 재정 보강을 위해 정부가 고용보험료 인상을 추진할 것으로 짐작했지만 인상을 확정지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올해 2월 당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 불확실해서 경제 상황을 보면서 고용보험료 인상 논의 시점을 정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코로나19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보험료를 올리면 국민 부담이 큰 만큼 코로나19 상황이 잠잠해지고 경제 사정이 나아지면 보험료 인상을 노사와 논의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장관 퇴임 이후에도 고용부는 보험료 인상 결정이 아닌 공론화 시작을 강조해 왔다. 그래서인지 건전화 방안에는 보험료 인상 논의 착수라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 예상은 비껴 갔다.

정부는 보험료 인상 결정이 노사와의 협의로 도출된 사안이라고 하지만 이를 반기는 국민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소상공인(종업원 포함), 중소기업 근로자 등을 중심으로 코로나19에 따른 국민적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더 그렇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보험료 인상이 대두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기금 사업의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 절감에 나섰어야 했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2019년부터 실업급여 보장성 강화 등을 위해 기금 지출 확대에 주력해 왔다. 이런 기조 속에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실업급여, 고용유지지원금 등의 지출이 폭증하고, 기금을 통한 고용 위기 대응 한시 사업들을 추진했다. 이에 반해 기금 지출 비용을 줄이기 위한 구조조정 노력은 거의 없었다. 결과적으로 불필요한 기금 사업 정리·혜택 축소 등은 외면하고, 오히려 지출을 확대한 것이 기금 고갈을 부추기는 꼴이 됐다.

보험료 인상에는 명분이 있어야 한다. 그간 지출 효율화 없이 과다 지출에 따른 기금 부족분을 노동자와 사주들에게 전가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국민이 과연 동조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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