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과 코인원에 원화로 코인을 사고팔 수 있는 ‘실명계좌 확인서’를 발급한다. 현재 은행과 실명 계좌 계약을 맺고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서를 제출한 거래소는 케이뱅크와 계약한 업비트가 유일하다. 코빗과 제휴 관계인 신한은행도 최종 검토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그동안 실명계좌 확보에 난항을 겪던 4대 거래소가 차례로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7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농협은행은 2주 전 가상자산 거래소 현장 실사를 포함한 위험평가를 마치고 관련 평가 점수를 도출했다. 이번 주 초 디지털전략팀으로 관련 업무를 이관하고 빗썸과 코인원에 대해 실명계좌 확인서를 발급하는 방안을 최종 검토하는 등 구체적인 계약 조건에 대한 협상을 진행했다. 농협 관계자는 “그간 거래소와 실명계좌 제휴를 한 후로 뚜렷한 자금세탁 사례가 발생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르면 8일경에 최종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결정에는 실명계좌를 통해 추적 가능한 경우 자금세탁이 용이하지 않고, 가상자산을 활용한 자금세탁 사례가 전 세계적으로 줄어드는 배경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농협은행이 그간 빗썸과 코인원에 요구해 온 가상자산 이동 제한 또한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거래소 간 가상자산 이동을 막으면 소위 ‘가두리’ 현상이 발생, 코인을 통한 시세조종에 보다 취약해지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는 “최근 업비트의 독주를 두고 독점 문제가 불거지는 만큼, 단초를 제공했다는 부담을 지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거래소 측은) 가상자산의 경우 자금세탁보다 시세조종, 유사수신, 투자자문사기 문제 비중을 더 크게 부각시켰다”고 말했다.
농협은행이 자금세탁 방지에 주력해온 점 역시 크게 작용했다. 보안 업계 관계자는 “농협은행은 2017년 미국 뉴욕 금융감독청(DFS)으로부터 과징금을 받은 이후 (자금세탁방지에 대해) 오히려 더 보수적으로 준비해 온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막판 협의에서는 거래소들의 자금세탁 방지 장치 강화가 관건이 됐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부과한 ‘트래블 룰’ 의무가 아직 국내 사업자들 사이에서는 마련되지 않은 상태여서 은행들이 거래소에 이를 보완할 방안을 요구했다. 트래블 룰은 가상자산을 한 거래소에서 다른 거래소로 옮길 때 송신을 담당하는 거래소가 자산을 수신하는 거래소에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는 규정이다.
업비트가 제일 먼저 신고를 마친 만큼, 빗썸과 코인원도 확인서가 발급되는 대로 신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신고심사에는 접수 후 최대 3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FIU는 신고 수리된 가상자산 사업자가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적법하게 이행하는지 관리·감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FIU 내에 관련 조직 신설을 추진 중으로, 가상자산 사업자는 신고수리 후 상시적인 관리·감독을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