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톡!] 보톡스 분쟁 처리, 한국과 미국의 차이

입력 2021-09-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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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환구 두리암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주름살 치료 주사제로 알려진 ‘보톡스’는 특정 세균이 만드는 신경 독성단백질인 ‘보툴리눔 독소’의 상표명이다. 글로벌 기업인 앨러간(Allergan)이 다한증과 근육 축소를 통한 사각턱 치료제로 개발해 붙인 상표인데 보통명칭처럼 사용된다. 관련 제품의 제작에 뛰어든 국내 기업 중 ‘메디톡신’을 생산하는 메디톡스와 ‘나보타’를 생산하는 대웅제약은 서로 치열한 기술유출 분쟁 중에 있기도 하다.

메디톡스는 퇴직 연구원이 세균을 분리·배양한 균주와 제조공정 기술문서를 빼돌려서 대웅제약에 넘겨주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대웅제약은 자체적으로 균주를 발견했으며, 제조공정은 알려진 기술이므로 영업비밀이 아니라고 맞섰다. 노하우(Know-how) 등으로 불리는 영업비밀은 넓은 의미의 지식재산을 보호하는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그 요건을 규정한다.

한국 기업끼리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분쟁을 한 경우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기술 영업비밀침해 사례가 있다. ITC는 미국 관세법 제337조에 근거해 특허권 등 미국에 등록된 지식재산권 및 영업비밀 등 비등록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물품의 수입에 대해 조사하고 제재하는데, SK이노베이션에 무역금지 판단을 내린 바 있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분쟁에서 ITC는 균주가 영업비밀이 아니라고 보았으나 메디톡스의 제조공정은 영업비밀로 인정했고, 불법유출이 있다고 보아 대웅제약 제품의 미국 수입금지를 결정했다. 이 결정은 분쟁 당사자 간 합의를 이유로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에서 2021년 7월에 취소되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처럼 대웅제약의 미국 수출은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미국의 결과를 본 뒤인 8월에야 검찰이 대웅제약의 본사, 연구소 및 공장을 압수수색했다. 메디톡스가 퇴사한 직원을 상대로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고소하면서 대웅제약의 보톨리눔 균주 발견 신고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했기 때문이다. 한국에도 무역위원회가 있고 수입뿐 아니라 수출까지 조사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관심은 적다. 한국이 아직 갖추지 못한 증거개시제도가 원인일 수 있다.

문환구 두리암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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