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산업계의 신약 파이프라인 규모가 3년 만에 157.8% 증가하면서 혁신신약 개발에 한걸음 더 가까워졌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을 대상으로 신약 파이프라인과 라이선스 이전 사례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결과 193개 사에서 보유한 신약 파이프라인은 1477개로, 100개사 573개였던 2018년 조사 결과와 비교해 2.5배 늘어났다고 5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5월부터 7월까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299개사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합성신약 599개(40.6%) △바이오신약 540개(36.6%) △기타 338개(22.9%) 순이다. 임상단계별로는 △선도·후보물질 403건(27.3%) △비임상 397건(26.9%) △임상 1상 266건(18.0%) △임상 2상 169건(11.4%) △임상 3상 116건(7.9%)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후보물질, 비임상, 임상 1·2·3상 등 각 단계에 진입한 파이프라인 모두 2018년 조사보다 2배 이상 확대됐으며 이 중 임상 3상의 증가세(274.2%)가 가장 컸다.
질환별로는 항암제 개발이 317건(21.5%)으로 가장 활발했다. 이어 △대사질환 173개(11.7%) △신경계통 146개(9.9%) △감염성 질환 112개 (7.6%) △소화계통 79개(5.3%)로 나타났다. 개발이 가장 활발한 항암제 중 비교적 시장 진입 가능성이 큰 임상 2·3상 단계 항암제는 각각 25개, 10개 등 모두 35개였다.
이번 조사와 2018년 조사의 동일 모집단인 68개 기업의 경우 파이프라인이 442개에서 710개로 60.6% 증가했다. 또 후보물질, 비임상, 임상 1·2·3상 단계에 진입한 파이프라인 수 모두 2018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성과를 보였다. 이는 2018년 당시 후보물질 또는 비임상 단계에 있던 물질들이 개발단계, 즉 임상단계로 전환되고 임상 1상이나 2상 물질들이 임상 3상 단계에 진입하면서 개발 성공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협회는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국내 제약바이오산업계가 선진국형 연구개발 모델로 변하는 과정이라고 진단했다. 또 1500개에 달하는 신약 파이프라인은 기업체들의 지속적이고 공격적인 연구개발에서 비롯됐다고 내다봤다.
상장 제약바이오기업의 연구개발비는 2016년 1조7982억 원에서 2020년 2조1592억 원으로 5년간 연평균 4.7%의 지속적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또 매출 대비 연구개발 비중은 2016년 8.9%에서 2020년 10.7%로 상승했다.
특히 제조업 분야에서 매출 대비 연구개발 비중(2019년 기준)은 2.45%에 불과하지만 제약업은 6.61%에 달한다. 제약바이오산업계의 영업이익(7.34%, 2019년 기준) 대부분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협회는 2019년 기준 미국(18.2%)과 일본(17.3%)에 비해 낮은 수준이지만 지속해서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라고 평가했다.
업계는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충하는 동시에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협회는 영세한 규모를 극복해야 블록버스터 신약 창출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글로벌 신약개발에 1조 원 이상의 천문학적 자금이 소요되는 만큼 임상 3상 등 후기 임상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과 성공 가능성이 큰 파이프라인에 자원을 쏟아붓는 ‘선택과 집중’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은 “제약바이오산업의 특성상 한두 기업이나 품목의 성공을 뛰어넘어 크고 작은 다양한 기업들로 이뤄진 산업군 전반의 인프라와 R&D 역량이 강화될 때 글로벌 제약 강국이 될 수 있다”면서 “이번 조사 결과는 규모는 물론 내용에서도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신약 개발 의지와 과감한 투자가 산업 토양과 체질을 바꿔놓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산 신약 개발 촉진과 글로벌 진출을 위해 라이센싱 이전 등 오픈이노베이션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며 “기술이전에서 나아가 글로벌 임상 3상까지 완주해 블록버스터 신약을 창출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전폭적인 정책 지원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