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정부안) 총지출 중 양극화 대응 예산은 올해보다 39조4000억 원 증액됐다. 총지출 증가분의 84.9%에 해당하는 규모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그 내용은 ‘선거용’에 가깝다. 저소득층과 청년·소상공인 등 취약계층 지원이 대폭 확대되고, 지역균형발전 예산은 올해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다.
기획재정부가 31일 발표한 ‘2022년도 예산안’을 보면, 내년도 예산안 총지출 604조4000억 원 중 146조2000억 원은 포용적 회복과 지역균형발전을 통한 양극화 대응에 투입된다. 올해(106조8000억 원)보다 39조4000억 원 증액됐다. 총지출 증가분(46조4000억 원)의 대부분이다.
분야별로 소득·고용안전망 보강을 위한 예산이 16조6000억 원에서 18조8000억 원으로 늘어난다. 기준중위소득 인상에 따라 생계급여 등 기초생활보장제도 보장수준이 일괄적으로 오르고, 고용보험 가입대상이 플랫폼종사자까지 확대된다. 여기에 산업재해에 해당하지 않는 질병·상해로 소득활동이 단절됐을 때, 소득 일부를 보전해주는 상병수당 시범사업이 시행된다.
저소득층에 대해선 교육 바우처 지원과 함께 등록금 지원단가가 대폭 인상된다. 기초·차상위 가구 둘째 이상과 기준중위소득 200% 이하 셋째 이상에 대해선 등록금이 전액 지원된다.
취약계층 지원도 21조6000억 원에서 23조3000억 원으로 증액됐다. 노인 일자리 확대와 함께 생계급여 수급대상 한부모가족의 자녀양육비, 국가유공자 보상금, 참전유공자 생계지원금 등이 일괄적으로 오른다. 소상공인 지원 예산은 손실보상 수요를 반영해 3조9000억 원으로 올해보다 3배 이상 증액됐다. 폐업·재기, 창업 등 단계에 따라 재정·금융지원이 대폭 확대된다.
양극화 대응에서 가장 많이 증액된 분야는 지역균형발전이다.
총 52조6000억 원이 투입되는데, 이는 올해(24조9000억 원)의 두 배를 웃도는 규모다. 서남해안관광도로, 동해선 단선전철화 등 23개 국가균형발전프로젝트와 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 기반 조성 등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2단계 재정분권에 따라 지방소멸대응 특별양여금(연 1조 원)이 신설되고, 지방소비세가 1조 원가량 순증된다. 지방교부세(11조6000억 원↑), 교육교부금(11조1000억 원↑) 등 지방 자주재원도 대폭 확충된다.
전반적으로는 선거철 공약과 유사한 모습이다. 현금 지원을 포함한 복지제도 확충과 SOC 확대가 그렇다.
통상 대통령 임기 말 편성되는 예산안은 해당 정권에서 사용 가능한 예산이 아니란 점에서 총지출 증가율이 축소되는 경향을 보인다. 또 예산안 편성·심의 시기가 대통령 선거 일정과 겹쳐 예산안 편성에 해당 정권의 이해관계가 반영되기 어렵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탄핵 정국에서 선출된 대통령으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가동 전인 내년 1분기까지 국정운영을 책임진다. 예산안 편성·심의와 대선 간 시차도 있다. 내년도 예산안이 ‘선거용’ 성격을 띠는 것도 이런 상황 속에 선거를 염두에 둔 당·청의 입김이 반영돼서다.
특히 내년도 예산안은 과거 문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이었던 청년층(15~29세) 표심을 잡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청년 지원 예산은 23조5000억 원으로 올해보단 3조3000억 원 증액됐는데, 취업·자산 지원 확대와 더불어 무이자 월세대출, 저소득 청년 월세 지원 등이 신규 추진된다.
정부는 선거 일정과 무관하게 위기 극복에 방점을 뒀다는 입장이다.
안도걸 기재부 2차관은 27일 사전브리핑에서 “내년에는 경제 불확실 속에서 경기를 확실히 잡아야 하고, 코로나19 위기도 완전히 극복해야 한다”며 “지금은 경제·사회구조가 급변하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 재편, 노동 이동, 이런 부분들을 뒷받침하면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해 우리 미래세대의 먹거리를 만들어야 하는 굉장히 중차대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특히 “경기 회복 과정에서 지금 굉장히 격차가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이런 부분을 빨리 잡아야 하는데, 이는 재정을 통해서만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