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사이 많은 것이 달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환경적 변화도 있었지만, 강필석 내면의 변화도 있었다. 명우의 인생을 들여다보며, 자신의 지난날도 새롭게 떠올리고 있는 요즘이다.
최근 화상으로 만난 강필석은 "지난 시즌보다 힘을 많이 뺐다"며 "지난 시즌엔 더 많이 표현하려고 힘을 줬다면, 이번엔 힘을 덜어내며 명우와 가까워졌다"고 했다.
'광화문연가'는 고(故) 이영훈 작곡가의 명곡들을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극 중 명우는 죽음을 눈앞에 두고 주어진 마지막 1분에 '월화'를 만나 추억 여행을 떠난다. 그 속에서 첫사랑 '수아', 끝 사랑인 아내 '시영'을 만난다.
"무대에서 젊은 수아를 만나는 순간 저도 모르게 설레고 두근거리곤 해요. 장치적으로도 그렇지만 어리둥절한 상태에서 보게 되는데 그 순간 공기가 주는 설렘이 있어요. 제 첫사랑이요? 서툴렀던 기억이에요.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뜨거웠던 것 같고요. 하하."
강필석은 "주크박스 뮤지컬은 '잘 만들어야 본전'이라고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주크박스 뮤지컬은 대사가 아닌 가사로 내용을 전달해야 한다. '옛사랑', '소녀', '깊은 밤을 날아서', '붉은 노을', '광화문연가' 등 이영훈 작곡가의 명곡으로 채워지지만, 가사가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부분이 많아 배우의 힘이 중요하다.
자연스레 창법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뮤지컬과 가요 창법을 나누긴 어렵지만 조금 다르긴 해요. 최대한 가요에 맞게 부르려고 트레이닝도 받았죠. 윤도현 형한테도 많이 물어봤어요. 사실 지금도 고민이 많아요. 개인적으로 가장 크게 도전하고 있는 지점이기도 하죠."
하지만 강필석은 뮤지컬배우로서 '광화문연가'를 통해 故 이영훈(2008년 작고) 작곡가의 명곡을 원 없이 부를 수 있어 행복하단다.
"매일 좋아하는 넘버가 달라요. 워낙 좋아하는 노래들이어서 그런가 봐요. 제가 극에서 '광화문연가'를 부르지 않아서 그런지, '광화문연가'는 더욱 사모하게 되는 곡이에요."
'광화문연가'의 커튼콜은 '붉은 노을'로 꾸며진다. 축제의 현장으로 꾸며지는 분위기를 표현하기 위해 배우들은 돌출 무대까지 뛰쳐나와 관객들과 소통한다. 하지만 관객은 박수를 보내는 것밖에 기쁨을 표현할 방법이 없는 요즘이다.
"안 좋은 상황에서 그 진가가 더 나온다고 하잖아요. 무대에서 보면 그 마음이 신기하게 느껴져요. 관객분들이 신나는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시니 '오늘 정말 재밌었다'며 눈빛을 보내주세요. 그 눈빛이 많이 느껴져서 벅찰 때가 많아요."
강필석에게 커튼콜은 '눈물이 나는 순간'이다. 배역이 아닌 '사람 강필석'으로 관객에게 인사를 나누는 시간이기 때문에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그다.
"나이가 조금씩 들면서 오랫동안 무대에서 연기하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느끼게 돼요. 오랜 시간 배우로 남고 싶어요.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잖아요. 60대에는 '요할아범'(요정+할아범)으로 불리며 무대 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