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마른 수건을 짜가며 버티는 항공업계가 호텔 사업 부진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호텔사업은 한때 주요 항공사가 추진한 사업 다각화의 첫걸음이었다. 그러나 이제 매각마저 불가능한 적자 사업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항공업계, 이투데이 취재 등을 종합해보면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지속 중인 가운데 대한항공과 제주항공 등이 운영 중인 호텔 사업 적자가 늘어나고 있다.
항공사업부가 여객 대신 화물을 앞세워 안간힘을 내는 반면, 호텔 사업은 별다른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작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대한항공은 여객사업 대신 항공화물로 방향을 틀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올해 2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6% 증가한 1조9508억 원, 영업이익은 31% 늘어난 1969억 원에 달했다. 발 빠르게 항공화물로 방향을 수정한 덕에 지난해 2분기 이후 5분기 연속 영업 흑자를 달성했다.
이처럼 항공사업부가 돌파구를 찾아낸 것과 달리 사업 다각화를 위해 추진했던 호텔 사업은 적자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한항공 호텔사업부의 지난해 상반기 영업손실은 403억8000만 원에 달했다. 올해 들어 손실 규모를 줄였지만, 여전히 342억8500만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작년과 올해 상반기 기준 항공운송으로 인한 영업이익이 3747억 원과 3297억 원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항공에서 뽑아낸 영업이익의 10% 수준을 호텔 사업에서 까먹은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이처럼 지속 중인 영업손실을 단순히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치부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대한항공 호텔사업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8년부터 상반기 기준 수백억 원대의 영업손실을 내고 있다. 이 때문에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영업손실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2016년 상반기에 약 57억 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대한항공의 호텔 및 리무진 사업부는 이듬해(2017년)부터 사실상 수익이 제로에 그쳤다. 상반기 영업이익이 5300만 원에 그친 것이다.
2018년 상반기에는 영업적자로 전환, 상반기 기준 영업손실만 284억 원에 달했다. 이후 2019년, 긴축재정과 고정비용 감소 등을 앞세워 손실 폭을 줄였으나 영업적자가 218억3000만 원에 달했다. 연간 영업손실 역시 500억 원 안팎에 달해 골칫거리 사업으로 전락했다.
한진그룹은 호텔사업을 축소하는 한편, 항공ㆍ운송업에 집중하며 대외 환경 불확실성 줄이기에 나섰다.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조원태 회장이 승기를 거머쥔 이후 조현아 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이 추진해온 호텔 사업은 사실상 퇴출 절차를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인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4월 금호리조트와 웨이하이호텔&리조트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서 적자회사를 털어냈다.
저비용 항공사인 제주항공 사정도 다르지 않다.
2017년 경의선 홍대입구역 복합시설물 가운데 호텔시설에 대한 장기 임대계약을 체결한 제주항공은 본격적으로 호텔사업에 뛰어들었다.
총 임차료만 623억 원에 달하지만, LCC 업계에서 이례적으로 호텔 사업에 뛰어들며 사업 다각화를 추진했다.
하지만 2019년 상반기 3800만 원의 영업이익을 낸 이후 적자가 지속 중이다.
지난해 상반기 영업손실은 16억5200만 원, 올해 같은 기간에는 영업손실이 이보다 28.9% 늘어난 21억3100만 원에 달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호텔사업은 서비스업의 정점에 존재하는 만큼, 경기 위축기에 가장 먼저 반응하는 반면, 상대적으로 호황에는 뒤늦게 반응하는 추세”라고 말하고 “항공사업부와 달리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는 중장기 관점에서 분석하는 게 맞다. 다만 포스트 코로나가 얼마나 빨리 도래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