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시장 선점을 위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반도체 생산의 필수 요소인 '초순수(超純水)' 국산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해외 기술에 의존하고 있는 초순수 기술을 2025년까지 국산화하기 위해 대대적인 투자 확대에 나선다.
초순수는 오염물질이 거의 없는 극한의 순수에 가까운 물이다. 반도체 생산은 웨이퍼 등을 물로 세정해야 하는 공정이 많은데 이때 물에 불순물이 많이 섞여 있거나 전기 전도도가 높으면 제품을 만들기 어렵고 완성품이 나와도 불량률이 높아진다.
특히 ㎚(나노미터·10억분의 1m)급 초미세 공정이 필요한 반도체 생산에서 초순수는 필수 요소다. 관련 시장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워터인텔리전스(GWI)에 따르면 초순수 시장은 2024년 24조 원으로 확대되고 국내 시장도 1조4000억 원 규모로 커져 지난해(1조1000억 원)보다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도 삼성과 SK 등 제조업체가 반도체 생산을 확대하면서 용수 수요가 중요한 문제로 자리 잡았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평택 반도체 산업단지가 조성되면 2033년까지 공업용수는 하루 82만3000㎥가 공급돼야 한다.
다만 초순수는 아직 해외 기술에 의존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설계 분야는 일본 기업이 국내 시장 100%를 점유하고 있고, 시공·운영 또한 다국적 기업 주도하에 국내기업이 일부분 참여하고 있을 뿐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올해 5월 'K-반도체' 전략을 발표하고 이 가운데 용수·전력 지원 내용을 포함시켰다. 특히 2025년까지 초순수 생산기능을 자립화하기 위해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2025년까지 초순수 설계기술 100%, 시공 기술 60% 국산화와 하루 2400톤의 초순수를 생산하는 플랜트 건설에 나선다. 수자원공사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초순수 기술 개발을 시작해 관련 기술을 보유 중이다. 2013년 하루 25㎥의 초순수를 생산할 수 있는 파일럿플랜트를 구축해 관련 특허도 3개를 확보했다.
각 분야에서도 초순수 기술 자립을 위한 경쟁력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인력 양성부터 시작해 산학연이 협력하는 전문 단체 설립 등 네트워크 구축도 필요하다. 관련 산업계는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기술 개발과 투자를 확대하고, 2025년부터 가동 예정인 용인 반도체 산단 등 초순수 공정 운영에 국내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시장 개방도 해결돼야 한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초순수 등 물 산업은 막대한 초기 비용과 기술력이 필요한 만큼 공사가 주도해 기술 개발과 플랜트 구축에 나설 계획"이라며 "초순수 산업에서 새로운 가치 사슬을 구축해 반도체 산업 성장을 위한 디딤돌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