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이 지난해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꼴찌를 기록한 가운데, 올해에만 42조 원가량의 예산을 투입한 정부의 저출산 대책이 효과를 못 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2021년 저출산 대책에는 게임 기업 지원, 폐업예정 소상공인 지원 등 저출산 대책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사업들이 일부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25일 발표한 '2020년 출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7만2300명으로 1년 전보다 3만300명(10.0%) 감소했다. 연간 출생아 수가 20만 명대로 떨어진 것은 사상 처음이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0명대의 합계출산율은 여성이 가임기간 동안 아이를 1명도 낳지 않는다는 의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0명대인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정부는 이에 대응해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에 따라 2006년부터 5년 단위의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올해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내놓은 '제4차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2021~2025년)'이 시행됐으며, 2019년부터는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도 가동됐다.
하지만 정부의 저출산 대책 추진에도 불구하고 2016년부터 합계출산율 감소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2005년 1.08명으로 최저치를 찍은 뒤 소폭 반등과 하락을 거듭하던 합계출산율은 2016년(1.17명)을 기점으로 가파르게 줄어들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3일 발간한 '저출산 대응 사업 분석·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의 저출산 대응에 소요된 예산은 국비 기준 2006년 1조 원에서 지난해에는 35조7000억 원, 그리고 올해 42조9000억 원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16년간 저출산 대응을 위해 중앙정부 차원에서만 투입된 예산(국비)이 198조 7000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정부가 매년 수십 조를 저출산 대응에 쏟아붓고 있음에도 출생아 수와 합계출산율이 연이어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예산 투입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우림 국회예산정책처 예산분석관은 저출산 대책의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 사업들이 일부 포함돼 있고, 관련 없는 예산까지 저출산 예산에 포함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올해 저출산 예산엔 △게임 기업 지원 △일반 산업 △기술인력 지원 △에코 스타트업 지원 △폐업예정 소상공인 지원 △협동조합 종사자 지원 △지역 문화 기획자 지원 등 직접적인 저출산 대책으로 보기엔 어려운 사업들이 일부 포함돼 있었다.
김 예산분석관은 "전반적인 사회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저출산 현상에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도 "정책이 저출산 현상에 미치는 영향이 지나치게 간접적이면 정책에 대한 사회적 지지를 획득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저출산 대응을 위한 핵심과제가 무엇인지 면밀히 검토해 이를 중심으로 대책을 수립하고 추진해 정책 수단의 합목적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며 "이 과정에서 사회의 여러 유관 집단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