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준의 일, 삶, 배움] 청년, 뭘 더 배워야 하나요?

입력 2021-08-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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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으로 기억된다. 6년 전에도 청년 고용 문제는 꽤 심각한 사회적 문제였다. 당시 기획재정부 최경환 장관과 고용노동부 이기권 장관은 한국방송(KBS)이 주관하는 청년과의 대담에 참여하였다. 정부의 청년고용정책을 두 장관이 번갈아 설명하고 청년들의 질문을 받기 시작한 얼마 후 한 여성 청년이 질문을 던졌다. “저희는 취업하고 싶은데 왜 자꾸 배우라고만 해요?” 순간 두 장관은 눈빛이 흔들린 채 서로를 마주 보았다. 최 장관은 이 장관에게 “당신이 설명하시오”라는 눈빛을 보내는 듯했다. 마이크를 잡은 이 장관은 한동안 그 이유를 설명하였지만 그걸 지켜보는 방청객 누구 하나 수긍한 얼굴은 아니었다.

1998년 구제금융 이후 역대 정부는 대체로 청년 고용 문제를 국내외 단기교육훈련 프로그램으로 해결하고자 하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청년 구직자의 단기교육훈련에 초점을 맞추는 근거는 우리나라도 유럽이나 일본처럼 고용도, 교육도, 훈련도 하지 않는 니트(NEET) 인구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다. 유럽의 니트는 이주자 자녀의 니트 비율이 자국에서 태어난 자녀의 비율보다 높다는 사실이다. 유럽연합(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Eurostat)에 따르면 유럽에서 이민자를 가장 많이 받은 독일의 경우 2015년 15~34세 니트의 비율은, 독일에서 출생한 사람의 비율은 8.2%에 불과하였고 독일 외에서 태어난 사람의 비율은 이보다 두 배 이상 높은 20.8%였다. 또한 유럽의 니트는 고졸 미만이 20%대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나 한국은 대졸자 비율이 20%대로 가장 높다. 이는 한국의 청년 대졸자 비율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기 때문이다.

앞의 여성 구직자의 외침은 결국 정부로 하여금 교육훈련보다 재정지원 정책을 펼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당시 성남시와 서울시의 청년 수당은 박근혜 정부와 상당한 마찰을 일으켰으나, 청년층의 절대적 지지로 인해 야금야금 타 지자체 청년정책의 하나로 자리 잡게 되었으며 오늘날 청년채움 공제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한시적이며 주로 중소기업에 초점을 맞춘 것들이다.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 청년 구직자들이 원하는 고용정책은 시험을 통해 진입 가능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다. 사법고시의 부활, 대기업·공사 공개채용, 금융·언론 등 사회적으로 지위가 있는 일자리는 시험을 통해 진입장벽을 넘을 수 있어야만 공정하다. 채용 공정성은 수능시험 결과에 따라 대학 학과 배치표가 나누어지듯이 기업별로 가상의 채용 배치표에서도 나타난다. 대기업, 각종 공사 합격자들의 영어성적은 얼마이고, 학점과 자격, 봉사는 무엇인지에 대한 정보가 취업 포털에서 공유된다. 만일 동일한 성적을 가진 사람이 불합격하면 마치 대입 수시 공정성 시비 같은 문제가 대두된다. 본인이 왜 불합격하였는지 그 이유를 알려 달라는 민원도 폭주한다. 최근 대기업의 공개채용 폐지는 시대적 인재 선발 문화 변화에 기인한 측면이 크지만 채용 공정성 시시비비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얼마 전 고용노동부장관이 경총과 전경련 관계자를 만나 공채를 늘려 달라 말한 것은 시대의 흐름을 잘못 읽은 것이다. 지금 시대가 과거처럼 양질의 일자리를 확산시킬 방안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는 점, 그리고 대기업이 수시 채용으로 전환한다는 점에서 향후 청년층 일자리 정책은 단기교육훈련 프로그램이 아니라 청년층의 일 경험 기회 확대에 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대기업과 공공기관에 청년의 공정한 일 경험 획득이 가능한 인턴 프로그램 확대와 프로그램 운영의 구체성 요구와, 사회적 기여와 참여를 통한 청년 자신의 역량 개발 정책이 필요하다. 이미 채용 공정성의 영역은 일 경험의 세계로 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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