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의 국내 소비자금융 출구 전략이 또 미뤄졌다. 당초 7월에 매각 방식을 결정할 계획이었지만, 7월에서 8월로 또 8월에서 9월 이후로 연기된 것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26일 정기 이사회에서 국내 소비자금융 부문 논의 안건을 올리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유명순 씨티은행장은 이날 최고경영자(CEO) 메시지를 통해 직원들에게 “9월 이후에 출구전략 방향을 결정하기로 했다”며 “직원 여러분들의 진로와 관련하여, 현재까지 논의돼온 대안을 중심으로 모든 직원을 보호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 부문 정리는 지난 4월 모기업 씨티그룹이 한국을 포함한 13개국에서 소비자 금융 사업을 접겠다고 발표하면서다. 씨티은행은 그간 소비자금융 부문에 대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복수의 금융사와 매각 조건 등을 의논해왔다.
매각 방식은 전체 매각, 분리 매각, 단계적 폐지 등 3가지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씨티은행 노조 측은 고용 승계 등을 요구하며 전체 매각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빠른 결정이 아니라 충분한 검토 거쳐서 직원들 고객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시간에 쫓겨서 빠른 결정만을 위한 결정은 서로를 위해 좋은 결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높은 임금, 퇴직금 규모 등이 매각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기준 씨티은행 임직원의 평균 연봉은 1억1200만 원으로 은행권 최고 수준이며, 퇴직금 누진제도로 퇴직금 규모가 1조 원에 육박한다는 추정이 나왔다.
금융권에서는 전체 매각이 사실상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LOI를 제출한 4곳 이상의 금융사들은 실사에 참여했다. 전체 인수를 희망하는 곳도 있었으나 이들 중 다수는 자산관리(WM), 신용카드 사업부 등 알짜 사업부만 부분 인수하고 싶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씨티은행과 인수의향사 간 매각 조건 등을 두고 이견으로 협의가 재차 지연되자 단계적 폐지로 정리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사업을 점진적으로 축소해 폐지한다는 것이다. 앞서 2013년 HSBC은행이 KDB산업은행에 소매 금융 부문을 매각하려다 직원 고용 승계 등에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사업 청산 절차를 밟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