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의기억연대의 부실회계 등으로 논란이 됐던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이번엔 '정의연 보호법' 발의에 참여해 논란이 됐다. 해당 법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제안하면서 사실상 윤 의원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야권에선 정부·여당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두 번 죽이는 행동이라며 비판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인재근 민주당 의원은 13일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 제안 이유로는 "최근 국내·외에서 일본군 '위안부' 관련 역사를 공공연하게 부정, 왜곡하고 피해자를 모욕해 그 명예를 훼손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사실 적시나 허위 사실 유포로 이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금지하여 피해자들의 인격과 명예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 담겼다.
처벌로는 17조 항목을 신설해 허위 사실을 유포한 자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인 의원은 법안 발의 이유에 대해 "최근 국내외에서 위안부 관련 역사를 공공연하게 부정·왜곡하고 피해자를 모욕해 명예를 훼손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런 행태는 피해자에게 심각한 정신적 피해와 고통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해당 법안 발의에 정의연 회계 부정 사태로 논란이 됐던 윤 의원이 참여했다는 점이다. 윤 의원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와 후신인 정의연 이사장을 지내며 후원금 등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또 정부와 지자체를 속여 보조금 3억 6000여만 원을 받고, 치매 증세가 있는 길원옥 할머니에게 7920만 원을 정의연에 기부·증여하게 했다는 혐의도 있다.
이에 야권에선 해당 법 발의에 참석한 민주당 의원들과 윤 의원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사실상 윤 의원을 보호하기 위한 '윤미향 보호법'에 가깝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의힘 홍보본부장을 맡은 김은혜 의원은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윤미향 셀프 면죄부법, 윤미향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한다"며 "할머니를 두 번 죽이는 입법 폭력"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활동해온 시민단체 청년들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의원직을 사퇴하시라"며 "이 아픈 역사를 짓밟고 사법 정의를 뒤엎은 발의 의원들의 명단은 공개되고 기억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은 "조만간 현실판 천룡인이 생길지도 모르겠다"며 만화 '원피스'에 등장하는 특권 계급층인 천룡인을 윤 의원에 비유했다. 이어 "본인 직장을 법 위에 올려놓는 황당한 셀프특권법이 아닐 수 없다"며 "위안부 할머니를 이용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면서도 반성은커녕 이런 황당한 셀프특권법을 낸 윤 의원은 사퇴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유승민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예비경선 후보 캠프 권성주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법으로 역사를 단정하는 위험의 차원을 넘어 할머니들의 상처를 개인을 위해 유용한 이들을 비판할 수도 없게 만들겠다는 악랄한 시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국민은 알고 있다. 그 피해자, 유족 또는 일본군위안부 관련 단체의 명예를 가장 심각히 훼손한 자는 바로 윤 의원"이라며 "즉각 법안 발의를 철회하고 윤미향 의원은 의원직을 사퇴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다만 해당 법은 민주당 지도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법이 아니라 개별 의원들이 발의한 것으로 보인다. 인재근 의원실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개별적으로 진행한 것"이라며 당 차원에서 추진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도 "원내대표나 지도부 차원에서 발의하는 법은 아니다"라고 얘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