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한 포식자 카뱅 上] 친근한 서민 은행?…실상은 중저신용자 외면

입력 2021-08-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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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앞세워 재벌 이미지 희석
중저신용자 대출 취급하지 않고
대출상품 구성 일반은행과 비슷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취지 무색

2017년 출범한 인터넷 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금융시장의 포식자로 성장했다. 대형은행 틈바구니에서 혁신 기업 이미지를 앞세운 경영전략으로 각종 규제를 비껴 가며 시장 지배력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은행업의 디지털 전환, 전통은행을 맹신하던 소비자들의 변화, 비대면 중심의 코로나 시대 등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면서 플랫폼 금융의 ‘문어발 확장’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카뱅의 기업공개(IPO)는 화제였다. 대형 금융지주사 중에서 주가가 가장 높은 KB금융도 5만 원대인데 카뱅이 과연 이 수준을 넘겠느냐가 관심사였다. 카뱅은 이런 우려를 보란 듯이 깼다. 공모가 3만9000원으로 6일 상장한 이후 현재(23일 종가 기준 8만9800원) 세 배 가까이 급등했다. 몸값은 40조 원을 넘었다. 20조 원 대인 KB금융의 두 배다.

수익도 매년 늘고 있다. 2017년 689억 원 수준이던 영업수익은 본인가 후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가면서 작년 한 해 8042억 원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는 4785억 원으로 이 추세라면 작년 규모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 영업수익에서 비용을 뺀 영업이익도 올해 상반기 1338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446억 원)보다 200% 가까이 급증했다.

카뱅의 성장으로 플랫폼 스타트업이었던 카카오는 대기업 문턱까지 올라섰다. 김범수(134억 달러·약 15조4000억 원) 카카오 의장이 이재용(121억 달러·약 13조9000억 원) 삼성전자 부회장을 제치고 최고 부자 자리에 오른 것 역시 카카오의 가파른 성장 속도를 가늠하게 한다.

주목할 점은 카카오의 몸집이 커진 것과 달리 카카오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애플리케이션 ‘깨톡(카카오톡)’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들이 재벌이란 부정적인 이미지를 품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다. 올해 삼성·한화·현대차 등 대기업이 금융복합기업집단으로 지정돼 감독 당국의 관리를 받게 됐지만 카카오는 비주력 금융업종 기준 미달로 대상에서 제외됐다.

카뱅은 정부의 중금리대출 정책에 힘입어 은행업에 들어섰지만 당초 취지와 달리 전통 은행 영업방식을 취했다. 대출 상품 구성을 보면 일반 은행과 비슷하다. 반면 시중은행보다 중·저신용자 대출을 취급하지 않고 있다. 신용대출 금리 구간별 취급 비중을 보면 주요 5~6% 미만, 6~7% 미만 구간은 각각 15.5%, 9.1%로 4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보다 월등히 높았다. 그러나 ‘8~9% 미만’ 비중은 0.4%로 KB국민(2.4%), 신한(1.2%)보다 낮았다. 4대 은행은 9~10% 미만, 10% 이상 금리도 취급한 반면 카뱅은 취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도입취지를 무색케 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가 중금리대출을 위해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했다고 하지만 카뱅은 실제로 고신용 고객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며 “카뱅이 영리한 것이 금융자산이 많은 고신용자의 대출금리를 올려 중신용자들에게 돌려주겠다는 영업방식을 내세우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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