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용보험 10조 털어먹고 부담은 기업·근로자에

입력 2021-08-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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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보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실업급여 지출의 급증으로 올해 고용보험기금이 2조 원가량의 적자를 보이고, 적립금은 작년 6조6996억 원에서 4조6566억 원으로 쪼그라들 것이라는 예상치를 23일 내놓았다. 재정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결국 고용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고용보험 재정 악화와 기금의 급속한 고갈은 예상된 바다. 수입은 줄고 지출만 크게 늘어난 탓이다. 실업급여 지급액은 올 들어 지난달까지 매월 1조 원을 넘어섰다. 코로나19 충격이 가져온 실업사태의 영향이 크지만, 이전부터 정부의 방만한 기금 운용으로 재정 부실화가 가속돼 왔다. 경기침체가 이어지는데 최저임금의 과속 인상으로 일자리가 줄었다.

반면 정부는 2019년 10월부터 실업급여 수급기간을 종전 3∼8개월에서 4∼9개월로 늘리고, 지급액도 평균임금의 50%에서 60%로 올렸다. 청년고용 추가장려금, 고용유지지원금 등 정부재정을 투입해야 할 일자리사업 자금도 고용보험기금에서 빼내 썼다. 게다가 올해 7월부터는 보험설계사·학습지 교사·택배기사 등 특수고용직도 보험 가입대상으로 확대했다.

그 결과 2017년 보험기금 흑자가 6755억 원, 적립금이 10조2544억 원에 이르렀으나, 2018년 8082억 원 적자로 돌아섰다. 적자폭은 2019년 2조877억 원으로 커졌다. 작년 적자는 6295억 원이었으나, 4조7000억 원 정도를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차입해 메운 것을 감안하면 실제 적자는 5조3000억 원을 웃돈다. 올해도 공자금 차입이 3조2000억 원 규모다. 이자를 붙여 갚아야할 돈이다. 사실상 적립금이 마이너스로 고용보험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보험재정은 앞으로도 계속 악화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사태는 장기화하고 있고, 정부는 전국민 고용보험 도입의 속도도 높이고 있다. 결국 보험료 인상이 정해진 수순이다. 고용부는 9월초 고용보험재정 건전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작년 국회에 제출한 중장기 기금재정관리계획(2020∼2024년)의 방향일 게 분명하다.

보험료율을 내년부터 1.8%, 1.9%, 2.0%(사업주와 근로자가 절반씩 부담)로 매년 올리고, 공자금에서 11조 원을 대출받는다는 내용이었다. 고용보험료율은 현행 1.6%인데, 2013년 이래 유지돼 오던 1.3%에서 2019년 10월 높인 것이다. 일자리 사정은 갈수록 나빠지는데 돈 나올 곳은 생각지 않고 무분별하게 쓰는 데만 몰두하다 10조 원의 적립금을 털어먹었다. 그리고 부담은 또 기업과 근로자에게, 보험료 인상의 과제는 차기 정권에 떠넘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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