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국내 증시의 하락세가 여러가지 복합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 이같은 요소들이 해소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다양한 신호들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 지난주 코스피는 3% 이상 하락했다. 특히 지수가 2주 연속 내렸고, 낙폭이 이전보다 컸다는 점에서 하락 원인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공교롭게도 코스피가 부진했던 이유는 한 가지만 있지 않다. 매크로, 실적, 수급 등 주요 변수 전부가 시장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실적과 수급도 녹록지 않다. 올해 코스피 순이익 전망치가 소폭이나마 하향 조정됐다는 점, 외국인 순매도가 거세게 진행된 점 등이 주식시장 전반에 부담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이 다른 모습을 보이려면 결국 전술한 환경에서 변화가 나타나야 한다. 이번 주에는 그런 신호가 있는지를 가장 먼저 살필 필요가 있다.
이번 주 초 시장은 지난주에 있었던 카플란 댈러스 연은 총재의 발언을 소화할 전망이다. 카플란 총재는 매파 성향 인사로 그동안 조기 테이퍼링을 주장했는데, 갑자기 델타 변이 확산을 언급하며 테이퍼링 유예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주 후반 예정된 잭슨홀 미팅을 앞두고 연준 정책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카플란 총재의 위치를 감안하면 이른 환호는 지양해야 한다. 12명의 연은 총재 중 카플란의 투표권은 올해도 내년도 아닌 내후년이다. 정책에 대한 의견은 낼 수 있으나 정책 전환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위치는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의 발언 자체보다 왜 내용이 바뀌었는지에 좀 더 집중해야 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 = 반도체 업종의 급락세는 진정됐다. 그러나 코스피 주간 수익률은 -3.49%로, 반도체 급락의 충격이 컸던 8월 둘째 주(-3.03%)보다 확대됐다. 코스피 변동성/하방압력 확대의 원인이 반도체 업황/실적 불안 외에도 코로나19 상황 악화, 중국 규제 리스크,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 외국인 매도, 원화 약세 등 다양하기 때문이다.
다수의 불확실성 요인들이 서로 복잡하게 뒤엉켜 있다. 실타래를 엉클어 놓기는 쉽지만, 엉클어진 실타래를 하나씩 풀기는 쉽지 않고, 시간이 필요하다. 코스피 급락을 촉발했던 반도체 업종의 급락세 진정, 지지권 형성은 다행스러운 변화다.
이번주 23일 한국 20일 수출, 26일 한국 금통위, 27일 잭슨홀 미팅을 통해 꼬인 실타래가 좀 더 풀릴 수 있을지 주목한다. 이날 9시에 8월 1~20일까지 한국 수출이 발표된다. 10일 수출은 전년 대비 46.4%(40억 달러) 증가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기준 수출액은 36.7%로 7월보다 증가율이 확대됐다. 3개월 연속 30%대 수출 증가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7월 수출(554억 4000만 달러)에 이어 8월에도 사상 최대 수출액 기록이 가시화된다면 한국 경제와 반도체 업황 불안을 진정시켜주고, 원화 약세 압력을 제어할 변수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