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광영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현재 공정 담론은 이해관계와 맞물려 자신이 손해를 보느냐 이득을 보느냐만 따지는 자기중심적 논의로 변모했다”며 “공정이 공공의 가치를 실현하는 개념이 아니라 개인의 이해 관계와 관련된 좁은 이익만 대변하고 있는 탓에 많은 사람이 동의할 만한 공정의 가치가 부재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하상응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공정의 원리는 기본적으로 공공의 가치를 세우는 것이지만 지금 논의되고 있는 대부분의 공정 담론은 자기한테 유리하면 ‘공정’, 불리하면 ‘불공정’”이라고 꼬집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비롯해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이뤄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이를 여실히 드러내는 사례다. 경쟁이라는 협소한 정의 아래에서 공정은 정규직화를 둘러싸고 취업준비생과 비정규직의 갈등만 부추겼을 뿐 불공정한 노동 환경의 논의로 확장되지 못했다.
신 교수는 “일의 내용이나 노동시간이 같음에도 차별적인 임금과 대우가 주어지는 노동의 불공정성은 논의하지 않고 정규직, 비정규직 일자리에 이르는 과정만 가지고 논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도 “어릴 때부터 경쟁에 노출된 세대들은 오직 경쟁을 통해 정규직을 쟁취해야만 공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같은 협소한 공정 담론이 더 큰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교수는 “공정에 대한 사회적 기준이 확립되지 않아 5000만 명의 국민이 5000만 개의 기준으로 공정을 바라보고 있다”며 “국민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이고 인정할 수 있는 공정의 가치가 확립되지 않는 한 공정을 두고 지속적인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신 교수 역시 “공정이라는 가치가 자기 집단 중심적으로 오용될 경우 사회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고 또 다른 갈등을 낳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를 위해 하 교수는 “사회적 기여를 토대로 해서만 배분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공정의 원리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획일적 가치가 아니라 여러 기준과 맥락을 고려해 공정의 가치를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