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아침에 신분을 바꿔 달라고 주장한 적이 없다. 적법한 채용 절차를 밟아 직접 고용해 달라고 얘기했다. 지금은 정규직화 절차가 완전히 중단됐고, 노동 환경도 달라진 건 없다.”
지난해 김명원(가명·30) 씨는 살면서 처음으로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자신을 향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보안검색원 노동자들의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얘기가 나왔을 때다. 김 씨는 사람들의 손가락질이 무서워서 밖에 나가지못했다. 밥을 먹을 때도, 흡연을 하러 갈 때도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안검색원을 향해 위아래로 눈을 훑고 수군댔다.
지난해 광화문에서 열린 김 씨의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는 시위와 인터넷상 커뮤니티에선 ‘가만히 있다가 정규직이 됐다’는 비난이 잇따랐다. ‘노력 없는 정규직 전환은 불공정하다’고 외치는 그들의 무분별한 비난에 오랜 기간 열심히 일만 해 온 김 씨는 좌절했다.
가장 가슴 아팠던 건 ‘취업준비생들의 일자리를 뺏는다’는 질타였다. 김 씨도 청춘을 불태워 열심히 공부해 새로운 직장을 구했기에 그 마음을 충분히 알고 있다. 그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적법한 절차를 주장했지만, 세상엔 알려지지 않았다. ‘어떻게 너희가 하루아침에 공사로 신분이 바뀌냐’, ‘불공정하다’는 일방적인 질타에 김 씨는 답답했다.
김 씨는 인천국제공항에서 보안검색원으로 4년째 일하고 있다. 3교대라 근무시간이 날마다 바뀌지만, 일찍 출근하는 날에는 새벽 4시에 일어나야 한다. 보통 14시간 근무라 새벽에 출근해도 저녁이 돼서야 퇴근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을 찾은 후 정규직 전환이 쉽게 될 줄 알았다. 일년이 지났지만,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반대’ 목소리와 법적인 문제로 현재는 자회사에 정규직으로 편제된 상태다.
서러운 것은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노동자들을 향한 싸늘한 시선이 여전하다는 사실이다. 김 씨는 하루아침에 정규직 전환을 해 달라고 요구한 적이 없었다. 자회사 정규직이 됐다지만 공항공사와 협력업체 계약이 3년마다 갱신되는 터라 김 씨의 경력도 3년마다 새로워졌다. 여전히 대출도 제대로 받지 못했고 여러 혜택에서도 제외됐다.
김 씨는 거창한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단지 노동 환경이 개선되고 고용 불안이 해소되는 좋은 일자리를 희망한다. 보안검색원들도, 취준생들도 공감할 수 있는 정규직 전환, 더는 공정과 불공정의 대결로 이어지지 않는 사회를 꿈꿀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