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십자가 탑 철거를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게시됐다. 글쓴이는 교회 십자가 탑에 안전 등급을 매겨 철거한다는 서울시 계획에 대해 “기존의 작은 교회 (십자가 탑)들은 철거대상 등급이 나올 것이고 수많은 철탑이 철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철거비용은 지자체에서 부담해준다지만 작은 교회들은 다시 세우는 비용을 마련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는 종교탄압”이라고 철거 계획 철회를 주장했다.
해당 청원은 11일 오전 10시 기준 6만4103명이 참여했으며, 현재 추천 수 상위 5개 청원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교회 철탑은 꾸준히 논쟁의 대상이었다. 교회마다 우후죽순 십자가를 세우면서 ‘도시 경관을 해치고 삶의 질을 떨어트리는 광공해’라는 지적에서였다.
그런데 최근 다시 논란이 된 것은 서울시가 교회 첨탑의 안전 문제를 거론하며 철거를 유도하면서다. 앞서 서울시는 7월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교회 첨탑을 전수조사해 안전 등급 D·E 등급의 노후·위험 첨탑에 최대 400만 원의 철거비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에 대해 당국은 여름철 집중호우와 태풍 시즌에 대비해 위험요소를 차단하는 차원에서 실시하는 것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일부 종교계는 비용 문제, 실효성 등을 문제 삼으며 ‘종교탄압’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번 사업 추진 배경으로 강풍·태풍으로 인한 교회 첨탑 추락 사고 사례를 들었다. 2019년 8월 태풍 링링‘ 상륙 당시에는 도봉구의 한 교회 10m 높이 첨탑이 추락해 도로 한가운데를 덮친 바 있고, 2018년 4월에는 강풍으로 인해 강서구 소재 십자가 탑이 쓰러져 보행자가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 이러한 안전사고 요소를 미리 방지하는 차원에서 취약 철거를 지원하겠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반대 측 의견은 다르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통계에 따르면, 태풍으로 인한 피해 발생은 1800여 건에 이르지만, 교회 첨탑 사고는 2건이다. 오히려 다른 시설물이 더 안전에 취약한데, 교회 첨탑만 조사와 철거대상이 되는 것은 차별이라는 입장이다. 지난 7월 16일 서울 구로구 소재 실외골프장이 바람에 붕괴된 사례도 있었다.
이에 서울시 관계자는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교회 첨탑에 집중해 점검할 예정”이라며 “골프장 등은 (관리하며) 영업하는 능력이 되기 때문에 스스로 정비 해야 한다”고 답했다.
종교계 일각에서는 군소 교회의 경우 십자가 탑 재설치 비용 마련이 쉽지 않다며, 철거 비용뿐만 아니라 재설치 비용까지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원금 최대 400만 원으로는 철거와 재설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이에 교회 첨탑 영구 철거를 유도하는 ’기독교 죽이기‘라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하지만 철거 업계 종사자에 문의 결과, 교회 첨탑 철거 비용은 설치 위치(높이)와 크기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략 100~200만 원 사이로 책정된다고 한다.
십자가 첨탑 설치 비용은 천차만별이다. 종교 시설 전문 공사업체 종사자는 “보급형 십자가 구조물은 최소 280만 원, 고급형은 옵션에 따라 1000만 원에까지 육박한다”며 “설치 위치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500~700만 원 선에서 많이들 하시는 편”이라고 밝혔다.
종교계 내부에서도 입장은 갈린다. 일부에서 “첨탑을 허물거나 십자가 조명을 끄는 등 기독교에 대한 반감을 줄이고, 교회 존재의 본질로 돌아가자”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 것.
2012년 안양시 기독교 연합회는 이러한 취지로 시와 공조해 십자가 탑을 철거하고, 야간에 십자가 조명을 끄는 등의 캠페인을 벌인 바 있다.
그러나 대다수 기독교 인사들은 십자가의 상징성과 정통성을 들어 반대 의견을 내비쳤다. 한 기독교계 인사는 당시 칼럼을 통해 “기독교 핍박의 역사를 상징하는 십자가를 치우는 것은 오히려 본질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서울시 사업 발표에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왔다. 모 목사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교회 십자가는 단순한 광고 효과가 아닌, 한국에 복음이 들어왔다는 증거”라며 십자가 철거 사업이 기독교 탄압의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