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가 소프트웨어(SW) 인재 영입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MECA(모빌리티ㆍ전동화ㆍ커넥티비티ㆍ자율주행)로 대표되는 미래 자동차 산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행보다.
10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완성차, 부품사 등 자동차 업계는 소프트웨어 관련 조직을 재정비한 뒤 본격적으로 인재 영입 경쟁을 시작했다.
현대차는 ‘에어스(AIRS)컴퍼니’를 중심으로 경력 연구원을 채용하고 있다. 에어스 컴퍼니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연구하고 관련 서비스를 개발하는 사내독립기업(CIC)이다. 서울 은평구에서 공식 서비스를 시작한 수요응답형 버스 ‘셔클’, 차량용 음성 인식 서비스 등을 집중적으로 연구한다. 에어스 컴퍼니가 인재를 모집 중인 부문은 소프트웨어 개발부터 사업 기획, 운영, 데이터 분석에 이르기까지 20개가 넘는다.
중장기 경영 전략을 수립한 현대모비스도 대규모 소프트웨어 인력 확충에 나섰다. 현대모비스는 3월 말 미래 전략 및 신기술 발표회를 열고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통합하고, 플랫폼과 시스템 중심의 기술을 선도하는 회사로 체질 전환에 나서겠다”라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현대모비스는 최근 전사 통합 방식으로 소프트웨어 부문 신입 사원을 뽑는 절차를 시작했다. 경력 연구원은 각 사업부문이 필요로 할 때마다 수시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기업’을 선언한 현대오토에버는 올해 연말까지 500명 이상의 소프트웨어 부문 신입, 경력 인재 채용을 진행한다. 현대오토에버는 이번 채용을 통해 자율주행차, 커넥티드 카 등 차세대 모빌리티 분야에 필요한 차량 소프트웨어와 인포테인먼트 기술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서정식 현대오토에버 대표는 지난달 개최한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미래 목표 달성을 위해 2026년까지 약 2000명의 인력이 더 필요하다”라며 “적극적인 인재 육성을 통해 자동차 소프트웨어 통합과 연구ㆍ개발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라고 말했다.
조직 재편을 끝낸 부품사 만도 역시 소프트웨어 인재 채용에 적극적이다. 만도는 4월 1일 자로 ‘소프트웨어 캠퍼스’를 신설해 각 부문에 소속된 소프트웨어 개발 조직을 하나로 합쳤다. 400명에 달하는 핵심 인재를 하나로 모은 소프트웨어 캠퍼스는 협업을 바탕으로 만도의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주도할 계획이다. 또한, 만도는 9월 1일 자로 자율주행 사업 부문을 분할해 ‘만도 모빌리티 솔루션(MMS)‘ 법인을 설립한다. 만도는 이들 조직의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인공지능 부문에서 신입과 경력사원 상시 모집에 나섰다.
업계의 소프트웨어 인재 영입 경쟁은 MECA로 대표되는 자동차 산업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다. 자동차는 하드웨어 기반 기계에서 소프트웨어 바탕의 전자 장치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자율주행, 커넥티드 카, 전동화, 공유 모빌리티, 인포테인먼트 등 업계에 화두로 떠오른 변화를 선도하려면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이 필수적이다. 폭스바겐과 다임러, 테슬라 등 완성차 업계가 별도의 소프트웨어 개발 조직을 신설해 관련 인력과 기술 확보에 나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향후 시장 전망도 밝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180억 달러(약 20조6900억 원) 수준이던 세계 차량용 소프트웨어 시장 규모는 2025년 520억 달러(약 59조7800억 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 모빌리티 전환이 이뤄지고 있어 조직 각 부문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관련 인력 채용은 신입과 경력을 가리지 않고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