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이 일본의 살인적인 더위에 불만과 항의를 표출하고 일부는 건강 이상 증세를 보이고 있다. 대회 막바지 마라톤 경기 개최지인 삿포로에도 폭염이 예고돼 선수들 건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는 7일 오전 7시 홋카이도 삿포로시 도심에 있는 오도리(大通)공원에서, 남자 마라톤은 다음날 같은 시간 동일한 장소에서 각각 시작한다.
올림픽 막바지를 장식할 마라톤 경기를 앞두고 날씨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도쿄올림픽 조직위는 도쿄의 폭염을 피해 일본 최북단인 홋카이도의 삿포로로 마라톤 개최지를 변경했지만, 삿포로도 평년 기온을 웃돌며 도쿄와 비슷한 수준의 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마라톤 대회 당일 삿포로 낮 최고 기온은 4일과 비슷한 수준인 33도로 예보됐다. 마라톤 레이스가 오전 7시에 시작한다고 하지만, 30도에 육박하는 환경에서 2시간여를 뛰어야 해 선수들의 건강 보호 대책이 요구된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도쿄올림픽 조직위는 마라톤 코스에 총 14개의 급수 테이블을, 이 중 9곳에는 얼음 주머니를 준비한다고 밝혔다. 종착점에는 얼음 욕조를 설치하며, 경기 중에는 구급차를 운용해 응급상황을 대처할 계획이라고 한다.
경기 환경에 대한 불만은 대회 초부터 나타났다. 테니스 세계 1위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는 지난 7월 24일 테니스 첫 경기를 치른 뒤 “(날씨가) 살인적”이라며 “프로로 데뷔한 이래 이런 환경을 경험한 적 없다”고 말했다.
조코비치 외에도 뜨거운 코트 위에서 장시간 경기를 펼쳐야 하는 테니스 선수들의 항의와 고충은 계속됐다. 스페인의 여자 테니스 선수 파울라 바도사는 8강 경기 도중 열사병 증세로 기권한 뒤 휠체어를 타고 경기장에서 퇴장했다.
남자 세계 2위 다닐 메드베데프(ROC)는 조코비치와 함께 꾸준히 경기 시간을 저녁으로 옮길 것을 요청했고, 경기 도중 타임아웃을 요청한 뒤 “내가 죽으면 ITF(국제테니스연맹)가 책임지는 것이냐”며 항의했다. IOC는 대회 시작 5일 만인 29일 경기 시작 시간을 오전 11시에서 오후 3시로 조정했다.
폭염은 테니스 종목만의 고충이 아니다. 7월 23일 양궁 예선에서는 스베틀라나 곰보에바(ROC)가 경기를 마친 후 쓰러져 열사병 진단을 받았다.
7월 26일 열린 남자 트라이애슬론 경기에서는 결승전을 통과한 선수들이 구토 증세를 보였다. 더위를 피해 오전 6시 30분에 시작했으나 벌어진 아수라장이었다.
포브스에 따르면 맨발로 모래 위에서 경기를 펼치는 비치발리볼 선수들도 모래가 뜨겁다는 불만을 제기했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모래에 물을 뿌리며 모래 온도를 낮추고 있다. 미국 비치발리볼 선수인 에이프릴 로스는 도쿄올림픽을 대비하기 위해 사우나에서 훈련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외에도 사격, 승마, 럭비, 카누, 스케이트보드 등 여러 종목의 선수들이 더위로 인한 고충을 토로했다.
일본의 고온다습한 온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팬데믹 이전에 가장 큰 우려를 불러왔던 문제다. CNN에 따르면, 일본은 2018년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1000명을 넘었고, 올해 7월 19일부터 25일까지 8000명 이상이 열사병으로 병원을 찾았다.
과거 1964년 도쿄 하계올림픽은 불볕더위를 우려해 10월에 개최됐다. CNN은 이번 올림픽이 7~8월에 열린 것에 대해 “중계권과 경기 시청률에 이상적인 달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