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개 품목에 자국산 부품 25~100% 사용 지침
"중국 기술굴기 박차 의미…한국 초격차 벌려야"
중국 공업정보화부가 5월 정부 조달시장에서 자국산 부품 비중을 최대 100%로 늘리라는 정부 조달 지침을 비밀리에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에 이은 ‘바이 차이니스(Buy Chinese)’다. 세계 상품과 서비스 시장에서 막강한 구매력을 보유한 미국과 중국이 ‘자국산’ 우선주의를 표방하면서 국내 수출 전선에 이상이 생길 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일(현지시간) 미국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공업정보화부가 5월 14일 ‘문건551’을 중국 내 병원과 기업, 기타 국영 구매업자들에 발송했다고 전했다.
‘수입품 정부 조달에 대한 감사 지침’이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315개 품목에 대해 자국산 부품을 25~100% 사용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품목에는 의료 기기, 각종 검사 기계, 지상 레이더, 광학 장비, 해양 및 지질 장비 등이 포함됐다. 다만 해당 문건은 중국 정부가 공식 배포한 것이 아니고 공업정보화부도 확인에 응하지 않았다.
해당 문건을 입수한 전직 미국 정부 관계자는 “중국의 이번 조치가 2020년 1월 맺은 미국과 중국의 1단계 무역합의는 물론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WTO에 가입할 때 이런 식의 내부 문건을 운용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문건에 따르면 미국 제품의 중국 수출은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국은 지난해 1240억 달러(약 142조 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을 사들였다. 교육, 보건, 운송, 농업, 에너지 분야에서 중국 국영기업이나 정부 관련 기업들이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피치솔루션 분석 결과 존슨앤드존슨(J&J), 제너럴일렉트릭(GE) 등 미국 회사의 의료장비 수출액은 2018년 475억 달러였고, 이 가운데 중국 수출이 45억 달러였다. 중국의 미국산 제품 수입은 2018년과 2019년 미·중 무역갈등으로 감소했다가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하면서 다시 증가했다. 당시 중국은 올해까지 추가로 2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을 수입하기로 했다.
‘바이 차이니스’ 여파는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16년 기준 중국 정부 조달시장 규모는 4560억 달러에 달한다. 미국은 6000억 달러 규모다. 해외 기업들의 파이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국 재계 관계자는 중국의 이번 조치에 대해 “중국이 기술굴기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한국의 대중국 수출품의 80% 정도가 중간재라는 점에서 당장 큰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에서 한국이 살아남을 길은 기술 초격차를 벌리는 방법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산업부는 중국 정부의 공식 발표가 없었다며 이번 보도에 언급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