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구축의 밑바탕이 된 건설 부문은 세계적인 탄소 중립 흐름의 사각지대로 꼽힌다. 글로벌 건설 업계의 탄소 배출 비율은 전 세계 배출량의 38%에 이르지만, 업계는 아직도 그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건축물의 생애 주기 동안 발생하는 탄소발자국은 ㎡당 약 1800kg에 이른다. 전체 배출량의 절반은 건물에서 발생하는데, 이는 자재 제조와 건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배출량의 60%는 6가지 물질에서 나오는데, 어떤 물질이 가장 나쁜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콘크리트 핵심 성분인 시멘트가 전체 배출량의 8%를 차지한다.
이는 전 세계에서 매주 프랑스 파리 규모의 건축물이 건설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매우 심각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영국의 다국적 건축 엔지니어링 기업인 에이럽의 크리스 캐럴 이사는 “건설 업계는 탄소 배출이 현재 어느 정도에 와 있는지를 알지 못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앞서 제26차 유엔 기후변화 회의(COP26)의 기후변화 대변인인 나이절 토핑은 이달 초 유엔의 ‘레이스 투 제로(Race to Zero)’ 캠페인에서 “건축가들이 건설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제거하기 위해 충분히 노력하고 있지 않다”며 “건축은 잘 드러나지 않은 분야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지속가능한세계비즈니스협의회(WBCSD)는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업계가 건축물의 전 생애 동안의 탄소 평가를 채택하고, 이 부문의 탄소 저감에 대한 명확한 목표를 설정할 것”을 촉구했다.
에이럽의 캐럴 이사는 “우리가 현재 돈을 생각하는 것처럼 탄소를 고민해야 한다”면서 “업계는 탈탄소에 대해 어떤 위치에 있는지 몰라서 의미 있는 목표를 설정하고 진전을 이끌어 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앞으로 수십 년 안에 세계가 요구하는 탈탄소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데이터를 공유하고, 더 많은 협업과 투명성을 확보해 건축 산업에서의 탄소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WBCSD 보고서는 전 세계에 약 2550억㎡ 규모의 건물이 있으며, 매년 55억 개가 추가된다고 추산했다. 이는 파리 크기의 도시가 매주 건설되고 있다는 의미다.
WBCSD의 롤랜드 헌지커 지속가능빌딩·도시 이사는 “건설 산업이 글로벌 목표에 도달할 수 있게 하려면 모든 기업이 부동산 자산의 전체 탄소발자국 측정을 시작해야 한다”며 “건물 밸류체인의 모든 당사자가 협력해 건축물의 생애 주기 동안 발생하는 탄소 배출 저감에 초점을 맞춘다면 건설 분야의 탄소 중립 목표를 설정하고 나아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현재 건설 업계에 대해서는 탄소 중립을 위한 세계적인 기준이 없다. 유엔의 ‘레이스 투 제로’ 캠페인은 바이오매스나 직접적인 포집 기술을 통해 대기 중 탄소를 제거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대기 중 탄소를 제거하지 않고 배출을 줄이거나 지연시키는 방법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