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체조 선수 수니사 리가 '체조 여왕' 시몬 바일스가 불참한 도쿄올림픽 기계체조 여자 개인종합 금메달과 단체전 은메달의 주역이 되며 그녀의 가족사와 미국 내 소수민족인 몽족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의 기계체조 올림픽 대표 수니사 리(18)는 29일 일본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기계체조 여자 종합 결승에서 총점 57.433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바일스가 개인종합에 불참을 선언한 가운데 리가 금메달을 차지하며 미국은 체조 강국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었다. 리는 바일스가 경기 도중 돌연 퇴장했던 기계체조 단체전(27일)에서도 뛰어난 이단평행봉 연기로 미국의 은메달 획득을 견인했다.
리가 ‘바일스 없는’ 미국을 구원한 체조 영웅으로 떠오른 가운데 그녀의 가족사와 함께 출신 민족인 몽족도 언론의 조명을 받게 됐다.
몽족은 중국의 소수민족인 묘족의 한 일파로, 중국 남부와 베트남, 라오스, 태국 등에 주로 거주한다. 본래 베트남과 라오스의 산간지역에 터를 잡고 있었다. 1960~70년대 베트남전에서 미국을 지원한 후 미국의 패퇴와 함께 핍박받으며 중국과 태국, 미국 등지로 대량 이주가 이뤄졌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리를 “미국 내에서 존재감이 미약한 몽족과 그의 아버지를 위해 올림픽에 출전했다”고 소개했다.
그녀의 가족사도 조명됐다. NYT에 따르면 리의 아버지는 2019년 사다리에서 떨어져 입은 척수 손상으로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삼촌과 숙모를 잃었다.
어려움 속에서도 아버지의 아낌없는 지원으로 올림픽에 출전한 리는 만년 1위 바일스의 존재로 인해 “모든 종목에서 은메달을 목표로 뛴다”고 말했으나 바일스의 부재로 금메달의 기회를 잡았다.
NYT는 “바일스가 있더라도 금메달을 딸 수 있었을 것”이라는 코치의 인터뷰를 인용하며 그간 1인자 바일스의 뒤에 가려져 있던 실력자로서 리의 면모를 강조했다.
리는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아시아 혐오와 인종차별을 꼬집기도 했다. 그녀는 “우리는 이유 없이 혐오 받고 있다”며 “우리가 그들이 비하하는 것 이상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기계체조 개인종합을 제패한 수니사 리는 8월 1일부터 3일까지 이어지는 개별 종목에도 출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