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시진핑 집권 이후 그들의 임금이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2013년 집권 이후 매년 10% 안팎 증가하고 있는 추세로 국유 및 외자기업의 경우 2020년 코로나19의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7.6% 상승했다. 민영기업의 경우도 전년 대비 7.7% 증가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정부 입장에서 중국 내수시장 활성화를 통한 경제성장과 공산당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 IT(정보기술) 제조, 플랫폼 등 ICT(정보통신기술) 업종의 임금상승폭이 크다 보니 고학력 엔지니어 젊은 세대들이 더욱 지지할 수밖에 없다.
둘째,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를 중심으로 디지털 경제가 확산되고, 그에 따른 경쟁이 가열되면서 파생된 고학력 젊은 세대들의 고달픈 삶을 정부가 대변해 주고 있다고 믿는 것이다.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주 6일 일하는 근무환경을 일컫는 ‘996 문화’는 이미 중국 젊은 세대에게 보편화된 용어로 자리 잡았다. 과거 알리바바 마윈 회장은 ‘996 문화’에 대해 ‘젊은 세대들의 축복이다’, ‘그런 열정과 패기로 일을 해야 한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그의 발언은 엄청난 파급을 몰고 왔고, 그를 존경하고 힘든 노동과 삶 속에서 성공의 롤모델로 생각했던 젊은 세대들은 피도 눈물도 없는 자본주의자라고 마윈 회장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마 회장은 “알리바바는 절대 강제로 야근을 시키지 않는다”고 강조했지만, 중국 젊은 세대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만약 알리바바에서 야근하지 않고, 996을 이행하지 않으면 알리바바에서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항변한다. 중국 정부의 알리바바 등 플랫폼 기업 제재는 수많은 중국 젊은 세대의 지지와 호응을 바탕으로 설계된 측면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에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6일 동안 아침 8시부터 밤 11시까지 노동하고 한 달에 이틀만 쉰다는 ‘811648’, 0시부터 다음날 0시까지 매주 7일 근무하는 휴식제로 상태를 의미하는 ‘007’ 등 수없이 많은 그들만의 신조어가 생겨나고 있다. 이와 함께 치열한 IT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중국 젊은 세대와 그들의 행동을 대변하는 신조어가 중국 SNS를 통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바로 ‘네이쥐엔(內卷)’과 ‘탕핑(躺平)’ 이다, ‘네이쥐엔’의 사전적 의미는 ‘안으로 말린다’라는 뜻으로 양적 성장만 하고, 질적인 성장과 발전이 없어 그 사회가 정체된다는 인류·사회학적 학술 용어이다. 일반적으로 경제 및 사회적 내권화(Involution)라고 표현한다. 치열하고 과도한 내부경쟁과 취업을 위한 다양한 스펙 쌓기 등 중국 젊은 세대의 지치고 힘든 현상을 일컫는 용어로 ‘과로 사회’, ‘번아웃’ 을 의미한다.
한편, ‘탕핑’의 사전적 의미는 ‘평평하게 누워있다’는 뜻으로 노력을 강조하는 ‘네이쥐엔’과는 상반되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탕핑은 ‘과로하지 않고, 얻기 쉬운 성과에 만족하며 적당한 휴식을 취하며 살자’라는 중국 젊은 세대의 아픈 자화상을 반영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N가지를 포기한 사람들을 일컫는 ‘N포 세대’와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를 말하는 ‘니트족’과는 약간 다른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탕핑족, 탕핑세대, 탕핑주의로 대변되는 중국의 탕핑문화는 ‘열심히 일을 해 봐야 성공할 수도 없고 집 사기도 힘든데, 뭘 그렇게 힘들게 살아. 적당히 필요한 돈만 벌고 그냥 편안하게 누워 있자’라는 젊은 세대들의 힘들고 고달픈 외침을 의미한다. 어차피 일부 독점적 기업들이 만들어 놓은 생태계에서 우리는 기계적으로 일만 하고, 사회적 계층이동이 힘드니 그냥 포기하고 편안하게 사는 게 낫다는 것이다.
‘더 격렬하게 누워 있고 싶다’고 외치는 젊은 세대의 한탄과 메아리는 중국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급등하는 부동산 가격과 독점적인 플랫폼 기업에 의해 고통받는 젊은 세대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중국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 사회변화를 통해 경제발전 방향과 정책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코로나와 글로벌 경제의 험난한 파도 속에서 우리 젊은이들도 더 격렬하게 눕고 싶다고 외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우리 젊은 세대에게 희망과 용기를 아낌없이 줘야 한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대사관 경제통상관 및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을 5년간 역임했다. 또한 미국 듀크대학에서 교환교수로 미중관계를 연구했다. 현재 사단법인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