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가 늘어나면 그만큼 탄소 배출도 증가해서 기후변화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게다가 중국은 세계 최대 인구 대국이자 세계에서 가장 많이 탄소를 배출한다.
아이폰 생산기지가 있는 중국 정저우를 초토화시킨 1000년 만의 기록적 폭우, 세계 각국을 질식시키는 폭염 등 기후재난은 지금 우리가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얼마나 파괴적인 결과에 직면할 수 있는지 상기시켰다.
반대로 기후변화의 재앙적인 결과를 막고자 지금의 저출산 경향을 방관하기도 쉽지 않다.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와 고령층의 확대가 국가 재정에 막대한 부담을 주는 것은 물론 사회복지 시스템도 붕괴시킬 수 있다. 더 나아가 지금과 같은 경제 성장세도 유지할 수 없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1998년 외환위기와 비슷한 대규모 경제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구권에서는 인구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와 기후변화에 도움이 된다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교차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 칼럼니스트인 폴리 토인비는 4월 칼럼에서 자국의 인구 감소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아기를 덜 낳는 것이 기후변화 위기에 대한 답은 아니다. 노인들은 젊은이보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덜하다”며 “인류가 생존하려면 환경에 관심이 큰 젊은이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학 저널리스트인 로라 스피니는 이달 초 같은 가디언지에 토인비의 주장을 반박하는 글을 실었다. 그는 “기후혼란의 한가운데 있으면서 아기가 부족하다고 걱정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뉴욕타임스(NYT)에서도 “전 세계 많은 나라가 ‘인구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며 “기대수명 연장과 저출산은 근로자 수 감소와 퇴직자 증가로 이어져 사회 전반을 뒤흔들 수 있다”고 우려하는 기사가 나오자 바로 “인구가 줄어들면 더 깨끗한 공기와 물을 가질 수 있다” “기후재앙에 직면한 끔찍하게 불확실한 미래를 놓고 아이를 낳고 싶지 않다” 등 독자들의 반론이 쏟아졌다.
어데어 터너 전 영국 금융감독청(FSA) 청장은 최근 기고 전문 매체 프로젝트신디케이트에 기고한 글에서 “아무리 개선을 도모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인구가 감소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며 “차라리 인구 감소의 긍정적인 측면에 주목하자”고 주장했다.
그는 세계 인구가 안정되고 결국 감소세로 돌아서면 기후변화를 방지하기 위한 온실가스 배출 감축이 용이해지고 노동력 감소는 기업의 자동화를 유도해 실질 임금은 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아시아 3국 입장에서 “환경에 기여하기 위해 아이를 낳지 말자”라는 이런 서구권 전문가들의 주장은 한가롭게 느껴진다. 미국과 유럽 등은 이민자 유입이 많고 이들을 포용할 수 있는 문화적 토대도 있어 인구 감소에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다. 민족주의가 강한 아시아 국가들이 이민자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렇다고 기후변화를 경시할 수도 없다. 각종 재난은 물론 미세먼지, 물과 토지 오염 등 환경 문제는 현재 아시아가 서구권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동아시아 3국은 저출산 경향을 되돌리면서도 인구 증가에 따른 기후변화 충격은 최소화해야 하는 모순적인 과제를 안게 된 셈이다.
이에 대한 해법을 찾기가 쉽지는 않지만,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 믿을 수 있는 것은 역시 혁신의 힘이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지만, 식량 생산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해 인류가 몰락할 것이라는 토머스 맬서스의 18세기 인구론은 화학비료와 농기계의 등장 등 농업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깨졌다.
30년 전만 하더라도 석유가 고갈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했다. 탐사 기술의 발달과 셰일혁명에 힘입어 그런 불안은 기우(杞憂)로 끝났다.
지금의 저출산과 기후변화에 대한 종말론적인 불안도 혁신을 통해서 극복할 수 있을지 모른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규제와 단속보다는 혁신을 독려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 조성이 더 절실하다. 중국 정부는 지난주 교육비 부담을 줄여 저출산을 극복하겠다며 사실상 사교육을 금지했다. 차라리 민간기업들의 경쟁을 장려해 혁신적인 교육 플랫폼을 만들려 했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baejh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