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인수의향서 대신 투자의향서 내세요

입력 2021-07-27 16:37 수정 2021-08-27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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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 산업부 차장

쌍용차에는 ‘브랜드 추종성’을 지닌 마니아가 꽤 많습니다. 경쟁차와 달리 무겁고 투박하지만, 오히려 이를 ‘매력’으로 여기는 사람들이지요.

쌍용차에 대한 이들의 ‘애증’은 현대차 고객들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이들 가운데 누군가는 쌍용차가 어려움에 빠지면 사비를 털어 신문에 전면광고를 내고, “쌍용차 임직원들 힘내라”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합니다. 자동차 제조사에 이런 충성 고객은 돈으로 따질 수 없는 무형의 재산이기도 합니다.

뚜렷한 마니아층을 거느려온 쌍용차가 최근 기업회생 작업을 추진 중입니다.

다행히 이들은 넘어질 때마다 절대 주저앉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일어서는 저력을 보여줬습니다. 그 저력의 근원지에는 쌍용차를 응원하고 이들의 성공을 바라는 마니아 고객도 존재합니다.

이제 쌍용차 인수의향서 접수 마감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국내외 기업 여러 곳이 자신만만하게 인수의향을 밝혔습니다. 정작 큰 문제는 이들이 쌍용차의 '인수'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사살입니다.

이들 대부분 인수 의지가 뚜렷했지만, 인수 이후 투자에 대해서는 모호한 견해만 내놓고 있습니다.

자동차 회사는 신차를 먹고 삽니다. 주기적으로 시장 추세에 맞춰 새로운 차를 출시하거나 유행을 주도할 신차를 출시해야 합니다.

여기에 지금 쌍용차가 준비 중인, 내년과 내후년에 줄지어 등장할 SUV 신차들이 고스란히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투자를 이어갈 의무도 존재합니다.

그뿐인가요. 지금의 혹독함을 고스란히 몸으로 견디고 있는 4700여 명의 쌍용차 근로자에 대한 정상화 대책도 마련해야 합니다.

이들은 이미 혹독한 자구안을 만들었습니다. 무급휴업 외에도 임단협 주기를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데 합의했습니다. 회사의 정상화까지 쟁의 행위 중단은 물론, 사 측의 근로자 전환 배치에도 노조가 동의했습니다.

새로 인수의향서를 내는 기업이라면 이 회사 노사의 대승적 결단에 대한 대책도 분명히 마련해야 합니다.

커다란 흐름으로 다가온 전동화 시대에도 대비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투자’가 절실합니다. 글로벌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도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자해 전동화 시대를 준비 중입니다.

이제껏 쌍용차를 인수했던 기업 대부분이 ‘인수’에만 집착했을 뿐, 이런 투자 대책을 내세우지 못했습니다. 대우차가 그랬고, 상하이차와 마힌드라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인수 이후 쌍용차의 성장을 주도할 ‘투자’에는 인색했던 것이지요. 반복해서 쌍용차가 매물로 나오는 원인도 여기에 있습니다. 투자자가 아닌, 인수 상대만 찾았기 때문입니다.

한때, 국내 대형 타이어 유통업체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겠다”라고 공언한 적이 있습니다.

이들은 인수 이후 구체적인 전략은커녕. 인수 자금의 출처와 유무조차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쌍용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쌍용차는 인수보다 인수한 뒤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투자가 절실한 회사입니다.

뜬구름 잡아가며 과거에 잘 팔렸던 “무쏘와 코란도를 부활시키겠다”라는 공염불 대신 “무쏘와 코란도를 통해 보여주었던 열정을 다시 보여드리겠다"라고 공언하는 게 맞습니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일단 인수 먼저 해보고 투자는 나중에…”라는 생각을 지녔다면 지금이라도 포기해야 합니다. 자칫 10년쯤 지난 뒤, 빚더미에 앉을 수도 있으니까요.

jun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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