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부실징후기업의 숫자는 줄어들었으나 잠재적인 부실 위험성이 커진 기업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에선 이들 기업의 구조조정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지만, 연체율 등 표면적인 부실의 징후를 파악할 수 없어 향후 구조조정의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 한국금융연구원과 시중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부실징후기업의 수는 157개로 2019년 210개에서 53개(25.2%) 감소했다.
반면, 부실징후기업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세부평가대상 기업의 수는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평가대상 기업 수는 2019년 3307개에서 작년 3508개로 201개(6.1%) 늘어났다.
기업의 향후 지속 가능성을 평가하는 성장성 지표인 매출액 증가율도 하락세를 지속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매출액 증가율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0% 줄어들었고 수익성을 나타내는 매출액 영업이익률도 원가절감 노력으로 반등했지만, 작년 5.0%에 그쳤다.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작년에는 코로나19의 영향을 고려하면서 기업 신용위험평가를 수행함에 따라 구조조정 대상인 부실징후기업의 수가 오히려 감소했는데 이러한 고려 없이 기업 신용위험평가를 수행할 경우 향후 구조조정 대상기업의 수가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잠재적인 부실 가능성이 큰 기업이 늘어나면서 시중은행 역시 구조조정 등 기업 부실에 따른 영향에 대해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잠재적으로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는 기업의 수가 증가하는 것은 향후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충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 연구위원은 “기업구조조정을 지연하기보단 점진적으로 추진돼야 경제 충격을 줄일 수 있다며, 신속금융지원 프로그램으로 지원할 기업 구분해 경영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은행들은 잠재적인 부실위험성이 있는 기업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데에 동의하면서도 아직 위험성을 파악하기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원금이나 이자 상환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지만, 아직 유예상태라서 이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태”라며 “영업점에서 관련 직원이 찾아가 탐방을 하고는 있지만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대기업의 경우는 채권협의회를 통해 경영상 중요한 결정을 하기도 하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은행이 직접적으로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오는 9월까지 금융당국에서 대출 원금 및 이자 상환 유예를 적용한 탓에 은행이 기업별 부실 위험성을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이 조치가 끝나면 부실 가능성이 커지면서 은행의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아직 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할 시 은행의 손실흡수능력은 여력이 있는 상황이다. 올해 3월 기준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역대 최저 수준인 0.62%로, 이 중 기업여신 부실채권 비율은 0.89%다. 대손충당금 적립률도 137.3% 수준으로 매우 양호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채권은행부터 기업 신용위험평가를 코로나19 전과 같은 지표를 사용하는 등 강화된 기업 평가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구 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 영향을 제외하고 기업 신용위험평가를 실시함으로써 구조조정 대상기업이 축소되도록 하기보다 장기적으로 재무상태 개선이 미흡한 기업에 대해 우선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될 수 있도록 기업 신용위험평가가 수행될 필요가 있다”며 “부실화된 기업이 적체되지 않고 적시에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