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는 한 순간순간 시간의 축적이며, 그 자체가 필요로 하는 것을 건져내는 작업이다. 다시 보고 그리는 것인데 내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리고 싶은 대로 표현한다.”
엘리자베스 페이튼은 주변 지인과 유명인사, 역사적인 인물들을 직관적이고도 감성적으로 묘사한 작가로 유명하다. 그는 1990년대 초반부터 나폴레옹, 엘리자베스 1세, 존 레넌, 커트 코베인과 같은 스타를 비롯해 앤디 워홀, 마크 제이콥스 등 다양한 분야 아티스트의 모습을 그렸다. 자신의 말처럼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리고 싶은 대로 표현하는 게 그의 작품의 매력이자 강점이다.
리안갤러리 서울은 오는 31일까지 미국 초상화가 엘리자베스 페이튼의 첫 번째 개인전을 개최한다. 작은 화폭에 빠르고 선명한 붓질로 그린 그의 초상화는 자신의 삶과 영화, 연극, 미술사 등 다양한 곳에서 영감 받은 결과물이다. 대체로 대중매체에 실린 사진을 참고한다.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원본 사진에선 느낄 수 없는 묘한 친밀감에 사로잡힌다. 사진을 그대로 ‘사진처럼’ 베끼는 것이 아닌 직관적이고 불명확하게, 일부러 아마추어 같은 방식으로 재해석하기 때문이다. 페이튼의 신작을 포함해 페인팅, 드로잉, 모노타입 작품 총 11점을 전시에서 볼 수 있다.
특히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양조위’(2021년 작)는 가로 27.9cm, 세로 35.6cm로 손바닥보다 조금 큰 정도의 크기다. 영화 ‘해피투게더’에 나오는 양조위의 옆얼굴을 페이튼만의 감성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가격은 7억 원대다.
컬렉터 출신인 리안갤러리 안혜령 대표에게도 이번 전시는 의미가 남다르다. 안 대표는 몇 년 전 국제아트페어인 마이애미 아트바젤에서 처음 페이튼의 작품을 실물로 보고 매료돼 이번 전시를 구상하게 됐다.
안 대표는 “리안갤러리는 엘리자베스 페이튼을 전시한 갤러리가 됐다”며 “페이튼의 작품을 전시하는 것만으로도 갤러리의 위상이 올라간다”고 했다.